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최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류 열풍으로 K푸드가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고추장을 ‘매운맛 선두주자’로 세계화해야 할 때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품종의 고추를 재배해 소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고추장은 다른 매운 소스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갖고 있다. 고추장의 원료인 메주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콩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구수한 맛을 낸다. 여기에 찹쌀과 엿기름이 달짝지근한 맛까지 내면서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지닌 자극적인 매운맛과 어우러져 고추장 특유의 맛을 낸다.
고추장의 매운맛이 주는 기분 좋은 정도의 통각은 젊은층이 찾는 감각에 잘 맞는다. 한국산 고추장이 닭튀김 등 세계 여러 음식에 사용하는 소스로 폭넓게 활용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덕분에 고추장 수출액은 2023년 6200만 달러(약 906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아직 우리 고추장을 맛보지 않은 외국 소비자가 많다.
고추장을 세계인이 선호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스로 인식시키려면 현지화를 잘해야 한다. 국가별로 고추장을 사용할 수 있는 음식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이들 음식과 어떻게 조화롭게 조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영향력 있는 해외 셰프들과의 협력도 활성화해야 된다.
타깃을 정하면 고추 품종 역시 여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너무 맵지 않으면서 단맛이 있는 고추를 선호하고, 이러한 품종이 고추장 용도로도 적당하다. 당도 외에 고추장 점도도 각국의 음식 특성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전 세계로 상품화된 서양의 대표적 매운 소스 ‘타바스코’와 비교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추장의 건강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은 기본이다. 고추장은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른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우리 고추장은 세계인이 선호하는 소스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기업과 관련 연구소, 국가기관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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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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