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하정민]‘서사’ 있는 극우가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5일 23시 09분


입양아 출신인 피에르 폴리에브 캐나다 보수당 대표, 성 소수자인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 대표, 이민자 후손인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백인 저소득층 ‘힐빌리’ 출신의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위쪽 사진부터). 기존 극우 정치인과 다른 ‘소수자 서사’ ‘흙수저 서사’를 보유해 강경 우파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희석시킨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타와=AP 뉴시스·사진 출처 바이델 대표, 바르델라 대표, 밴스 당선인 ‘X’
하정민 국제부 차장
하정민 국제부 차장
사임 의사를 밝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후임자 물망에 오르내리는 피에르 폴리에브 캐나다 보수당 대표(46)는 입양아 출신이다. 16세 때 그를 출산한 생모는 아들을 교사 부부에게 보냈다. 잠시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듯했으나 10대 시절 양부모가 이혼했다. 양부는 이혼 후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폴리에브 대표는 양성평등 내각, 친(親)이민 정책을 편 트뤼도 총리를 ‘마르크스주의자’로 부르는 등 강경 우파 성향이다. 탄소세 폐지, 반(反)이민, 감세, 친이스라엘 등 그의 정책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유사해 ‘캐나다의 트럼프’로도 불린다.

그는 동성결혼에 호의적이다. “결혼 제도는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밝혀 왔다. 양부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낙태, 마리화나 사용 등을 찬성한 적도 있다.

반이민, 유로화 폐기 등을 외치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46)는 성 소수자다. 스리랑카 출신의 스위스 국적자 자라 보사르트와 살면서 두 아이를 입양했다. 바이델 대표는 혼인 관계가 아닌 커플 또한 법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시민 결합’을 지지한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30)는 이민자 후손이다. 그의 모친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친할머니의 부친은 모로코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이민이 프랑스의 정체성과 영혼을 소멸시킨다”고 외친다.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쉽게 만들고 프랑스 땅에서 태어난 외국인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국적을 부여하는 ‘제한적 속지주의’ 제도 역시 폐지하겠다고 했다.

세 사람이 보여주듯 최근 각국의 극우, 강경 우파 정치인은 기존의 극우 정치인과 상당히 다르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당선인, 장교 출신으로 국민연합의 전신 극우전선을 만든 프랑스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 등은 제1세계의 기득권 백인 남성이다. 이들은 살면서 약자인 적이 없었다. 다만 정계 아웃사이더였기에 견고한 기성 정치의 벽을 깨기 위해 극우 이념을 이용한 측면이 컸다.

반면 ‘소수자 서사’ ‘흙수저 서사’를 보유한 최근의 극우 정치인은 도식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삶에서 약자일 때가 많았고 유력 정치인이 되자 진보 혹은 중도 성향의 정책도 받아들였다. ‘모든 극우 정치인은 성 소수자, 낙태, 복지 등을 반대한다’ 같은 천편일률적인 고정관념이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젊고 언변도 뛰어난 이들의 등장은 극우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반감을 누그러뜨린다. 나아가, 긍정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바르델라의 반이민 정책은 자주 ‘인종차별 정당’이란 비판을 받았던 국민연합의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오히려 ‘불법 이민의 폐해가 오죽하면 이민자 후손조차 이민을 반대하겠느냐’는 주장이 먹혀드는 것이다.

저소득 저학력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2인자에 오른 ‘자수성가 서사의 끝판왕’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41)은 인도계 부인 우샤를 통해 논란을 비켜 간다. 지난해 대선 당시 그는 생물학적 자녀가 없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고양이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캣 레이디(cat lady)’라고 폄훼했다. “성폭행,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지라도 낙태를 반대한다”는 그의 과거 발언도 문제가 됐다.

비판이 쏟아지자 우샤는 “남편은 채식주의자인 나의 엄마를 위해 직접 채식 요리를 해준다”고 했다.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는 논점일탈이지만 남편을 가족을 중시하고 인도계 전통도 존중하는 자상한 남자로 부각시켰다.

서사가 있는 정치인은 물건으로 치면 화려한 포장을 두른 상품이다. 다만 포장지가 내용물의 질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이념의 좌우를 떠나 정치인은 정책, 도덕성, 성실성 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치인의 능력보다 개인사가 더 주목받는 현상이 달갑지는 않다.

#극우 정치인#양성평등#반이민 정책#성 소수자#불법 이민#자수성가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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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25-01-16 18:35:37

    한국에서도 보지않나? 남다른 성장과정을 부각시켜 동정심에 호소하는가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온갖범죄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때에따라 새로운면피를 쓰면서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자, 그런자에게 변호사나 행정가나 정치인이라는 수식을 붙여준 한국사회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한다, 잘못하면 포퓰리즘으로 망한 남미의 여러나라꼴 된다,

  • 2025-01-16 13:35:40

    극우가 동성애를 지지하고 이민자의 후손이 이민에 반대하며 이민자와 결혼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극우를 채용한 사이비들일 뿐이다.

  • 2025-01-16 10:36:29

    니가 극좌라 남들이 극우로 불리는거야 레즈비언이냐? 아니면 페미니즘이냐? 니 정체성을 들어내고 써야지 아무나 다 극좌니? 너도 미국에 신고해서 검증받게 해야 겟다 미국 극우들이 너를 미국에 입국시킬지 좀 보자 하하.. 니들은 유서깊은 종중들이구만 하종대 허문명이하 극혐의 극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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