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현직 대통령 체포… 마지막까지 피해자 행세한 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5일 23시 30분


온전한 책임 묻고, 더 견고한 민주주의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된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43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32일 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오전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한 지 5시간여 만에 윤 대통령을 관저에서 체포해 공수처로 이송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공수처는 전했다.

윤 대통령이 차벽과 철조망에 둘러싸인 관저에서 끝내 강제로 구인된 것은 국가적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이자 국정 최고책임자가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에도 충격적 소식이었다.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한국의 리더십 위기를 재조명했다. 한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로 칭송받던 한국이다. 그런데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군대의 국회 난입으로, 경찰 수천 명이 동원된 대통령 체포 작전으로 잇달아 전 세계 토픽감이 됐다.

윤 대통령은 체포되면서도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에 응한다”며 궤변과 억지를 늘어놨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라고 마치 피해자인 양 호소하는가 하면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을 향해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선동성 메시지도 보냈다.

사실 그간 윤 대통령이 보인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면 그는 자신이 억울하게 단죄받는 피해자라는 중증의 망상에 빠져 있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도 “야당에 대한 경고성이었다”며 발뺌하려 했다. 이날 체포 뒤 공개된 자필 편지에선 “부정선거의 증거가 너무나 많다”며 국내 정치세력과 외부 주권침탈세력이 손잡고 벌인 합작품이라는 식의 거대한 음모론까지 폈다.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를 회피하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행태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조인 출신이 맞는지 의심케 했다. 막상 공수처가 수사에 나서자 내란죄 수사권을 문제 삼으며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수사권 논란은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일단락됐고, 이후 윤 대통령 측이 법원에 낸 이의신청까지 기각됐는데도 억지를 부렸다. 체포되기 직전엔 ‘자진 출두’ 형식으로 가겠다고 요구했다.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대신 스스로 출석하는 모양새를 갖춰 향후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도주 우려가 없다고 내세우려는 것이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버티는 동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군과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되면서 당장 안보와 치안의 공백은 물론이고 국가질서의 근간 조직에 깊은 상처와 국민적 불신을 낳았다. 계속된 정치적 불안은 국가 신인도에 타격을 줬고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나아가 관저 앞 탄핵 찬반 시위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그 치유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에 있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역사는 부끄럽고 끔찍한 실책들로 가득하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로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와 달리 자신이 벌인 실책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질 기회를 사실상 제 발로 걷어찼다. 이제 법과 역사의 심판 아래 윤 대통령을 세워 온전히 책임지게 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를 한층 견고하게 만드는 과제가 남았다.



#윤석열#체포#비상계엄#공수처#정치적 책임#민주주의#국민 신뢰#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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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5 23:52:25

    동아일보 왜 이러는가? 민주주의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친중종북반일 범법자들에 대한 언급도 없이 나라를 바르게 세우려고 한 윤대통령만 헐뜯는가? 편향된 시각의 이런 기사는 없어져야.... 구독자수 3위가 아깝네.

  • 2025-01-16 00:12:54

    그나마 쯧쯧 하면서도 읽어줄 때 맘껏 떠들어라. 이미 니들은 재명씨 똘마니들의 연장 앞에 무서워 벌벌 떨며 무릎꿇은 뻐꾸기가 된지 오래다.

  • 2025-01-16 00:19:02

    전라빨갱 척살하여 새나라 건설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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