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는 광명 시민들에게 ‘소하리 공장’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된 세단 브리사는 현대차 포니와 함께 1970년대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다. 이후 ‘봉고 신화’를 쓴 승합차 봉고, 국민 소형차로 불린 프라이드, 기아 대표 스테디셀러 카니발 등이 줄줄이 이 공장에서 탄생했다. 지난해부터 이곳 2공장에서 전기차 EV3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기아가 연매출 100조 원 돌파를 앞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동안 모태가 되는 이 공장은 54년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 공장은 1970년 설립 허가를 받아 착공했지만 이듬해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느닷없이 그린벨트로 지정됐다고 한다. 그동안 주변 녹지는 그린벨트에서 풀려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공장 부지만큼은 한번 박힌 대못 규제가 뽑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아는 광명 공장을 증설하거나 개축할 때마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거치는 건 물론이고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을 물어야 했다. 지난해 노후화된 2공장을 재건축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할 때도 예외가 없었다. 광명시 등 지자체까지 나서서 그린벨트 부담금을 낮춰 달라고 건의했지만 정부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퇴짜를 놨다. 4000억 원을 투입해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지만, 세제 혜택은커녕 부담금 폭탄을 떠안은 것이다.
▷기아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20만 대에서 15만 대로 축소하고 기존 공장의 지붕과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 “해묵은 규제가 미래차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반발이 쏟아졌고 국무조정실, 대한상공회의소, 지자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그렇게 절충점을 찾은 게 광명 공장의 지목을 ‘대지’에서 ‘공장 용지’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향후 증설 규모에 따라 최대 수천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그린벨트에서 완전히 해제된 건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이 대만 TSMC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50년 이상 묶였던 그린벨트를 풀고 수조 원대 보조금을 쏟아붓는 것과 대비된다. 더군다나 오토랜드 공장처럼 설립 허가를 받은 뒤 그린벨트로 묶인 공장이 수도권에 수두룩하다고 한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공장 시설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첨단산업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전쟁이 숨 가쁜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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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6 06:30:41
아직도 이런 행정적 누더기 때가 존재하냐? 담당 공무원은 왜 존재하냐? 이래놓고 산업강국 산업입국을 어느 입으로 외치나. 이 모든게 쓰레기 정치인들의 유치한 삶 때문이다. 기생충들!! 한국 정치인 = 사회적으로 악독한 기생충
2025-01-16 18:18:09
쌈박질이나 잘하는 더불어쌈닭당이 절대로 규제를 풀리가 없으니 지금 나라꼴이 산으로 가는거임, 도대체 그 더불어쌈닭당은 어느나라사람들로 구성이 된건지, 거대의석으로 뽑아준 국민은 어느나라국민인지, 정말 궁금함,
2025-01-16 22:51:22
규제로 이익을 보는 집단도 없는 것같은데 그저 공무원들 책임 안질려는 것만 남은 것 아닌가? 국회가 탄핵만 할 줄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