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0일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2·3 비상계엄 선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및 구속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권석준 이준웅 최은봉 위원, 김종빈 위원장, 이은경 석병훈 정원수 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망자 179명을 낸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국내 지방공항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으로 한국은 혼란에 빠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 구속하는 과정에서는 탄핵 찬반 세력 간의 갈등이 첨예했다.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는 등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국제 통상 여건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0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최은봉 위원=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사고 원인 분석,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 등 기사를 알차게 내보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방공항 안전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뤘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1월 14일자 A10면에 〈김해 여수 광주…‘콘크리트 둔덕’ 등 위험시설 공항 6곳 더 있다〉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지금도 가덕도 신공항 등 건설을 추진 중인 지방공항이 많아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지방공항 문제를 좀 더 면밀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은경 위원=12월 31일자 A1면 〈무안공항 ‘2m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키웠다〉, A3면 〈흙더미 속 콘크리트 채운 공항 둔덕…해외선 “범죄에 가까워”〉 기사를 포함해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이란 문구가 유독 많이 나옵니다. 기사의 신뢰도를 위해 취재원을 밝히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1월 1일자 A8면 〈美 보잉사 등 합동조사 착수…블랙박스 연결장치 유실돼〉 기사를 보면 사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 직원 4명이 합동조사단에 합류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항공기 기술 기준에는 ‘대형 조류 흡입(버드 스트라이크) 시 발화 등을 정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손실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해야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보잉사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고려할 여지가 있는 만큼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서도 후속 취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1월 9일자 A27면.이준웅 위원=이번 계엄 사태 이후로 동아일보는 사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보도 방향이 아주 좋았습니다. 양비론에서 벗어나 중심을 잘 잡고 일관되게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1월 9일자 A1, 27면에 실린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 인터뷰는 좋은 기사였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잘 파악할 수 있게 한 기사였습니다. 한국의 혈맹인 미국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에 대통령실과 주한 미국대사관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를 외교관 특유의 완곡 화법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최 위원=동아일보가 이번에 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다양한 외신 보도 정리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잘 전달했습니다. 다만 계엄 선포, 탄핵안 가결 관련 기사에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이 쓰였다는 건 아쉽습니다. 이은경 위원=저도 용어 사용을 좀 짚어보겠습니다. 1월 3일자 A1면에 〈극우 유튜버에 기대 “싸우겠다”는 尹…野 “내란선동죄 추가”〉, A4면에 〈尹 ‘애국시민’ 편지에, 극우 유튜버들 “尹 체포는 北지령” 또 음모론〉 기사가 실렸습니다. ‘극우’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좀 더 차분한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극우라는 표현이 남용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김종빈 위원장=이번 계엄 선포는 어느 국민이 보더라도 잘못된 일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언론은 판단하는 역할을 조금 뒤로 미루고 팩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석병훈 위원=12월 24일자 A1면 〈불 꺼지는 산단 “계엄이 탈출 러시에 기름 부어”, 12월 10일자 B4면 〈탄핵 정국에 주택공급 ‘비상’…올해 목표 물량 절반도 못 미쳐〉 기사는 수도권 인구 집중, 부동산 가격 양극화 등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 기사에서 멈추지 말고 지방 활성화나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후속 기사를 준비해 줬으면 합니다. 서울 같은 곳을 부산이나 대구, 광주에도 만들어 다극 체제로 전환해야 인구가 분산됩니다. 12월 27일자 A2면 〈‘강달러=수출 호재’ 옛말…기업들, 부품-원자재값 급등에 비명〉 기사도 좋았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 좋은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공급망 변화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전자제품과 반도체 산업 등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잘 알려줬습니다. 권석준 위원=지난해 11월 27일자 A1면 〈트럼프, 동맹부터 ‘25% 관세 폭격’〉과 A2면 〈이웃 국가부터 ‘美 우선주의’ 압박 1기 때 체결 자유무역 체제 흔들어〉 기사를 보면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의 무역 질서를 단칼에 끊어 버릴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본문에는 ‘당장 관세가 올라갈 가능성이 낮다’라는 다소 완화된 설명이 나옵니다. 그러면 독자로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인가 하고 혼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보의 전달과는 별개로 표현의 강도나 일관성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기사에서 전문가 의견으로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와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소셜미디어에 각각 언급한 내용이 등장하지만 한국 독자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건 한국 정부 차원의 입장이나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석 위원=1월 20일자 A8면 〈취임 날 멕시코-加에 25% 관세…전 세계에 ‘마가노믹스’ 경고장〉 기사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와 탈환경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파급효과도 잘 정리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미국이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멕시코 상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려는 주목적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 가운데 26%가 자동차와 부품에서 나옵니다. 멕시코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의 81%도 자동차 관련입니다. 이런 문제를 좀 더 다뤘으면 더 좋은 기사가 됐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둔 우리나라 자동차, 전자, 철강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후속 보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권 위원=1월 8일자 A8면 글로벌 석학 인터뷰 〈“트럼프는 트럼프식대로 둬야…과잉 반응 말고 관세 협상을”〉 기사는 요즘같이 자유무역주의가 퇴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의견을 받아 적는 수준이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동아일보가 새해 연초에 왜 이 사람을 인터뷰하게 됐는지와 관련해 배경과 목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드릭 교수가 말하는 ‘초세계화’ ‘얇은 세계화’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같은 개념에 대해선 잘 모르는 독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여 따로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준웅 위원=해외 석학 인터뷰는 인터뷰이 후보 선정이나 섭외 단계에서부터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더 알찬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가 한 발언의 의미를 국내 전문가가 좀 더 상세히 설명하는 박스 기사를 함께 싣는 것도 시도해볼 만합니다. 석 위원=1월 9일자 A1, 2면 〈“트럼프 2기 美 투자 확대-유지” 60% ‘MAGA 파트너’로 뛰는 한국 기업들〉 기사를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에 따른 한국 기업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산업군으로 이차전지가 34.6%로 나오는데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차전지 시장의 경우 단기적으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로 호재를 만난 것 같지만 한국의 삼원계 배터리가 중국이 잘 만들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밀리고 있습니다. 삼원계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가격이 너무 비싸서 미국 자동차 회사에서도 LFP 배터리를 쓰거든요. 이제는 국내 배터리 회사들도 LFP 배터리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져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쓰기 위한 심층 설문조사를 할 때는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로 나눠서 물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 위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변호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지식층들이 개헌 요구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공약을 팽개치고 계속 미뤄 오고 있다.
2025-01-28 09:50:22
예전에 일본 사회를 솔직하게 적은 특파원이 있었는데, 국외 사회 문제를 솔직하게 적은 글이 많아야 합니다. 눈치를 보는 글은 다른 신문사에서도 볼 수 있어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2025-01-27 19:09:29
일단 자본 탈출 나오고 군사 시위면 좌경향 '쿠데타'지 단지 대통령이 극우처럼 언행했다고 우파 '쿠데타'? 아니얘요.
2025-01-27 19:07:24
헤겔 우파, '나폴레옹과 군인들에 대항', '프로이센' 제국 지지, 헤겔 좌파, 변증법과 '프랑스 혁명' 지지, 맑시즘, 변증법적 유물론, 일종의 '해방 신학'까지 지지, 그래서 결국 '민족 국가 파시즘'은 극우, '무산자 혁명 코뮤니즘'은 극좌, 그 인공적인 분석틀이 나온 것인데 윤석렬씨가 노태우-이건희식 수정주의자여서 일본 극우와 손잡은 전두환씨와 다르기도 하고 지금 '정부내 386'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쿠데타', 군사 시위 일으킬 정도면 국회 토끼몰이가 심각하게 잘못됐다 반추할 수 있어야죠, 미국은 좌편향 트럼프가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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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8 09:50:22
예전에 일본 사회를 솔직하게 적은 특파원이 있었는데, 국외 사회 문제를 솔직하게 적은 글이 많아야 합니다. 눈치를 보는 글은 다른 신문사에서도 볼 수 있어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2025-01-28 17:28:40
지식층들이 개헌 요구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공약을 팽개치고 계속 미뤄 오고 있다.
2025-01-27 19:09:29
일단 자본 탈출 나오고 군사 시위면 좌경향 '쿠데타'지 단지 대통령이 극우처럼 언행했다고 우파 '쿠데타'? 아니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