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주항공 참사 한 달 만에 에어부산 화재… 비행기 타기 무섭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0일 23시 27분


“하마터면 또…” 항공기 안전 불안감 커져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기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8일 오후 10시 15분경 기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양측 날개와 엔진을 제외한 부분이 전소됐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176명 전원이 탈출해 사망자는 없었다. 국토교통부 제공
“하마터면 또…” 항공기 안전 불안감 커져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기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8일 오후 10시 15분경 기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양측 날개와 엔진을 제외한 부분이 전소됐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 176명 전원이 탈출해 사망자는 없었다. 국토교통부 제공
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전원 비상 탈출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승객들 머리 위 짐 보관용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불꽃이 피어올라 선반 틈새로 불똥들이 떨어졌고 순식간에 기내로 연기가 퍼졌다고 한다. 탑승객들이 비상 슬라이드 2곳을 통해 황급히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7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승객들은 출발 시간이 20분 지연돼 기내에서 이륙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화재 후 전원 탈출까지 20분가량 걸렸다고 하는데 비행기가 지상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늘로 뜬 뒤 화재가 감지됐다면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항공기 양 날개엔 16t의 항공유가 실려 있었고 강한 바람까지 불어 폭발과 함께 불이 크게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동체 천장이 다 타버려 시커먼 내부가 드러난 것만 봐도 불길이 얼마나 거셌을지 짐작이 간다. 179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이번 에어부산 여객기 승객들은 엄청난 공포에 시달리다가 탈출 후에야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이번 화재는 기내 수화물 보관함에 있던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 등 전자기기 과열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에도 에어부산 여객기가 이륙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화재로 출발이 지연된 적이 있다. 다만 전기 합선이나 정비 불량 등 다른 요인으로 발화했을 가능성도 있어 정밀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일부 승객들이 탈출 안내방송이 없었고 비상구 문을 승객들이 직접 열었다며 항공사 측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제주항공 참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번 사고는 여객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또다시 증폭시키고 있다. 무서워서 비행기 타겠느냐는 반응이 자연스레 나온다. 이번 사고는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 사고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여객기 가동률을 낮추고 정비 인력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책을 밝힌 지 닷새 만에 벌어졌다. 이런 대책들이 하루빨리 실행되지 않으면 그동안 누적되어 온 항공기 안전 부실이 또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에어부산#화재#비행기#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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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추천 많은 댓글

  • 2025-01-31 00:19:41

    안전불감증은 제주항공이 아니라 무안공항.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만들고 국제공항 승격한 놈들 죄가 가장크다.

  • 2025-01-31 01:06:23

    원인을 자세히 정확하게 살피고 합리화가 아닌 책임감 있는 대책보완이 필요하다

  • 2025-01-31 06:42:48

    자동차 사고로 죽는 수가 뱅기 사고로 죽는 수보다 많을 것 같은데요.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타야죠 뭐. 해외출장 거절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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