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1일 23시 21분


12·3 비상계엄 사태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가 계엄 전 소집된 국무회의다. 계엄 선포와 해제는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최고 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국무회의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5분 만에 끝난 하자투성이 회의였다. 국무위원들도 최근 경찰 조사에서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가장 먼저 접한 국무위원은 김 전 장관을 제외하면 한덕수 국무총리다. 한 총리는 그날 오후 8시 40분경 호출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계엄 얘기를 처음 들었다. 반대해도 소용없자 “다른 국무위원들 말도 들어보시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그럼 한번 모아 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게 한 총리 진술이다. “항상 법전 먼저 찾는 게 평소 업무 스타일”이라는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왜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가볍게 여겼는지 의문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한다”며 대통령을 말렸다고 한다. “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김 전 장관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이는 장관들의 반대 의견이 국무회의 전 비공식적으로 제기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장관들은 의결정족수 11명이 채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국가 신인도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70년간 대한민국이 쌓은 성취를 무너뜨린다”며 말렸다. 윤 대통령은 “22시에 KBS 생방송으로 발표해야 하는데”라며 기다리다 딱 11명이 되자 바로 회의를 시작해 일방적 통보만 하고 끝냈다.

▷결국 당시 국무회의는 안건 제안도, 실질적인 심의도, 국무위원 서명이 담긴 회의록도 없는 ‘3무(無)’ 회의였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장관 몇 명이 언제 왔다 정도라도 적어 놓으라”고 지시했다. 회의록이 없으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헌 위법적 계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계엄 선포 후 누군가 와서 “서명해 달라”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회의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 등에게 “(비상계엄 계획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와이프도 모른다. 와이프가 화낼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명 ‘명태균 녹취록’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전방위적 국정 개입 의혹이 제기된 터다. 김 전 장관 공소장에는 지난해 8월과 10월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주요 군 지휘관들과 식사하며 계엄을 모의한 정황도 나온다. 김 여사를 보호하고 싶었을까. 왜 “계엄은 정당하다”면서 김 여사가 알면 화낼 것 같다고 했을까.

#비상계엄#국무회의#계엄 선포#헌법#법적 절차#윤석열#이상민#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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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추천 많은 댓글

  • 2025-02-01 01:36:43

    대통령이 잘못할 수도 있지만, 탄핵을 당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사악한 이재명과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것에 혈안이 되어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재명이 구속되지 않고 있는 기이한 현실부터 바로잡고 난 후에야 제대로 된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은 속히 이재명을 구속하라.

  • 2025-02-01 07:39:14

    찢재명 최측근 댓글부대 동원했네 ... ㅋㅋㅋ 요번 댓글부대 장은 ... 8번째 자살자가 되지 않을까??? ㅋㅋㅋ

  • 2025-02-01 01:23:59

    영부인을 내조도 못하게 하도 갈구니까!! 트럼프는 자기아들이 자기를 얼마나 도와줬는지 칭찬을 아끼지 않던데!! 김정숙처럼 명품옷이나 입고 관광이나 다녀야 하는데 똑똑하니까 다들 질투의 화신이 돼서 물어뜯으니까! 부역자들이 영부인이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하게 막아서 국가적인 손실은 또 얼마겠어? 국무위원들에게 많은 것을 공유 않은 것도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겠지. 최상목은 더불어내란당 아바타지!!!! 한덕수 총리의 탄핵심판은 왜 하질 않는 거지? 근무시간에 독후감이나 쓰고 앉은 헌재의 태업을, 좌편향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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