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미중 무역전쟁, 극단 갈등 안가겠지만… 中, 희토류 규제로 반격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일 23시 08분


‘미중 관계 전문가’ 왕융 中 베이징대 교수
관세 전쟁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 ↑… 물가 급등 등 美 경제도 피해
트럼프 2기에 경제 중시하는 출신 多
中과 극단적 갈등 피하려 할 것… ‘정치 혼란’ 韓 외교 소외 우려

중국의 대표적인 미중 관계 전문가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중국 또한 희토류 미국 수출 금지 등 다양한 방안으로 맞설 수 있다”며 “미중 관계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양국 지도자들이 적극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의 대표적인 미중 관계 전문가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중국 또한 희토류 미국 수출 금지 등 다양한 방안으로 맞설 수 있다”며 “미중 관계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양국 지도자들이 적극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 부과로 당분간 양국이 ‘보복’과 ‘맞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중국과 미국이 관세를 둘러싸고 보복을 주고받으며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미국 전문가 왕융(王勇·59)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미국연구센터장은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이같이 진단했다. 아직 양국이 협상할 여지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공언한 60%까지 관세를 끌어올릴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일단 통상 전쟁이 시작된 만큼 당분간 미중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여 년간 미중 관계를 연구한 왕 교수는 “중국산 희토류의 미국 수출 규제 등 중국의 반격 카드도 분명히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처럼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왕 교수와 지난해 12월 26일 베이징대에서 첫 대면 인터뷰를 가졌고 이달 2일까지 세 차례 보충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만났을 때 왕 교수는 2차 미중 무역 갈등이 “비교적 원만하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란 식으로 전망을 펼쳤다. 하지만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를 공식화한 뒤에는 그의 말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계심과 고민이 한층 더 깊게 배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위협이 아닌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마약 펜타닐 원료의 미국 반입을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중국에 일방적으로 미국을 따르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각국과 연관된 모든 사안에 관세 ‘몽둥이 위협(大棒)’으로 나선다면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반발을 살 뿐이다.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맞보복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을 거론한 만큼 중국 또한 펜타닐에 관한 추가 협상을 준비할 것이다. 동시에 WTO 제소를 포함해 미국에 대한 다양한 반격 카드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대중국 관세율을 10%로 제시했지만 중국을 추가 압박하고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단계적으로 더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중국과 미국이 번갈아 가며 보복과 맞보복에 나서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는 어떤 게 있을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양국은 제1차 무역전쟁을 벌였다. 당시 중국 또한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보복 관세 부과가 우선 진행될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이한 중국이 (보복 관세뿐 아니라) 더 다양한 보복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중국은 희토류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 통제가 가능하다.”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 흑연, 갈륨의 전 세계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이 쓰인 이중용도 제품의 미국 수출을 불허하는 등 광물 장악력을 미국에 맞서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현지 매체 또한 중국 당국의 이런 행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제매체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갈륨 및 게르마늄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중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발빠른 반격에 나섰다”, “미국의 가장 아픈 지점을 건드렸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놨다.

―미중 관계 전문가로서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무엇인가.

“세계 경제 및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펜타닐 같은 마약은 사실 미국 내부의 문제인 측면이 크다. 각 나라의 자국 내부 의제가 국가 간 경제 및 무역 정책에 과도한 영향을 주면 안 된다. 이는 국가 간의 상호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서 보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제재 수단을 과도하게 남용하고 있어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 ‘거래’ 중시하는 트럼프, 美中 협력 나설 가능성 있어

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했지만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를 중시할 뿐 아니라 재집권한 지도자로서 집권 1기 때보다 성숙해졌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좋지 않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 만큼, 당장은 관세 압박을 가하더라도 향후에는 양국 관계의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 월가 출신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의 존재도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을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가 출신인 세 사람 모두 미중 관계 악화가 양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트럼프 1기의 보호무역 정책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가 중국 지도층 사이에 필독서가 됐다고 들었다.

“맞다. 라이트하이저는 그 책에서 중국을 ‘악(惡)의 세력’으로 묘사했다. 관세를 통해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재무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되던 그를 발탁하지 않고 월가 출신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결국 트럼프 2기의 정책이 1기 때와 다를 것이란 점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관세를 통해 고질적인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그 부담을 미국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지적은 미국 기업과 경제 전문가들도 내놓는 우려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미 소비자물가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미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유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4년간 미국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빠졌다는 점을 꼽는다. 거래와 셈법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전인 미중 무역 전쟁이 미 민생 경제와 물가에 악재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과 집권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을 피하고 미중 협력을 이끌 만한 대안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한다. 즉 비야디(BYD)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는다면 이를 반길 것이다. 1980년대 무역적자 문제로 미국과 일본이 갈등을 겪었을 당시 일본 또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해 미국과의 갈등을 해소했다. 중국 또한 이런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

● “북-미 직접 대화 시 한국 부담 커질 듯”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지도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 민주주의, 자유 등 이데올로기를 중시했다.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이념에 대한 관심이 적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협력하면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 세계 분쟁을 해결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원한다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북-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고,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외교 성과를 쌓기를 원한다. 두 사람이 만난다면 바이든 행정부 당시 악화일로로 치닫던 북-미 관계가 일단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밀착한다면 이를 이용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의 한중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중일 3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나라들이다. 때문에 서로 적극 협력해야 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포함된다. 3국의 협력은 동북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정세 안정은 물론이고 ‘보호무역주의 반대’라는 상징적 의미를 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 또한 양국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빠르게 관계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 계엄 및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중국과의 관계 회복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외교 논의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966년 중국 안후이성에서 태어나 1996년 베이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모교인 베이징대의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미국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교 교수, 중국미국학회 상임이사 등을 통해 정부 자문으로 활동하며 당국의 외교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객원교수를 포함해 미국 영국 대만 등의 대학에서 두루 연구 활동을 하는 등 글로벌 감각을 갖춘 국제관계 전문가로 통한다.

#미중 관계#왕융#중국#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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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25-02-03 05:39:34

    짱ㄱ깨 단독인터뷰 ㅋㅋ 짱깨북한 찌라시 똥아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5-02-03 10:05:05

    중공오랑캐 대변지

  • 2025-02-03 09:51:26

    우린 이재명 대통령되면 중국에 세세~ 굽신거려서 동냥하는 시늉을 할것 같은디 이런 비참한 처지를 국민들은 보고만 있겠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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