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세계의 완전함[내가 만난 명문장/윤주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일 23시 00분


“그런 걸 따지기에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단순하고, 평화롭고, 불완전합니다.”

―이은용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 중

윤주호 극작가·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윤주호 극작가·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극작가 이은용 희곡의 주인공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스물여덟 살의 FTM(Female To Male·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스젠더였습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주인공답게 우연히 열여섯의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소년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됩니다. ‘주인공’은 고민 없이 기회를 잡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원래 인생을 포기해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완전한 삶을요.

그러나 ‘주인공’이 얻게 된 완전한 삶은 실상 불완전 그 자체였습니다. 언제 넘어져 무릎이 깨질지 모르고, 갑자기 지독한 변성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삶. 더구나 트랜스젠더로서 살았던 28년을 기억하며 열여섯 소년으로 사는 ‘주인공’은 두 삶 사이의 차이 때문에 더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요. 그래서 ‘주인공’은 이야기합니다. 열여섯 소년의 삶은 “너무나도 단순하고, 평화롭고, 불완전”하다고.

하지만 불완전한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그 삶 전체가 불완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불완전한 삶이지만 소년은 여전히 계단을 힘껏 달려 내려가고, 모든 노래를 제 것처럼 부르며, 회색 물방울 속에서 무지개를 봅니다. 언제 깨질지 모를 연약한 것이고, 오롯이 내 것일 수도 없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그 삶은 아름답고, 단순하고, 평화롭고, 그 나름의 방식으로 완전합니다. 앞서 인용한 구절에 이어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 불완전해요. 모두의 인생처럼, 나의 지난 삶이 그랬고 지금 삶도 그래요.”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에서 ‘주인공’은, 그리고 이은용은 삶은 불완전한 방식으로만 완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은용#변신#메타몰포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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