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 공작” 음모론과 지엽적 시비로 12·3사태 본질 가려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7일 23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2025.02.06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를 12·3 비상계엄의 위헌·불법성 여부와는 동떨어진 지엽적 시비로 끌고 가는 모습이다. 불리한 발언에 대한 말꼬리를 잡는 식의 대응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려려는 전략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뚜렷한 근거 제시 없이 “탄핵 공작”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부추기고 나섰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6일 헌재에서 “아직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대통령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곽 사령관이 (국회)의원으로 이해한 거지, 내가 말한 적이 없다”거나 “인원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를 군을 동원해 막으려 했느냐 여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급박한 상황에서 당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엔 입을 닫은 채 “다짜고짜 끌어내라 지시할 수 있느냐” “의원 표현 쓴 적 없다”는 식의 반론만 펴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서 “의결정족수 안 찼다” “문을 부수고서라도” 등의 말을 들었다는데 꾸며낸 얘기라는 건가. 그러나 이 발언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검찰에서 “(4차례 전화 지시에서) 대통령이 총을 거론했고, 문을 부수라 했다”고 한 진술과도 맞아떨어진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 전화로 지시받을 때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고, 마이크를 통해 현장의 부대원들도 들었다고 한다.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밝혀질 것이다.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도 탄핵 심판의 중요한 쟁점이다. 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들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간첩 수사 잘하라고 격려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시를 받은 뒤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고 10여 명의 정치인 이름을 들은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도 대통령으로부터 A4 용지에 쓴 정치인 등 체포자 명단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런 본질 흐리기 전략은 ‘탄핵 공작’ 음모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직접 “홍장원 공작과 곽종근의 (민주당 의원인)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고 있는 두 사람이 야당과 손을 잡고 ‘없는 사실을 불순한 의도로 지어내 누명을 씌우는’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몰아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무모한 명령을 따르다 구속되거나 곤경에 처한 군 장성 등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계몽’ ‘경고’ 의도가 몇몇 부하들 때문에 오해받고 있다는 황당한 생각을 드러냈을 뿐 정작 핵심 쟁점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떤 말로 쟁점 흐리기를 시도해도 그날 밤 벌어진 군의 국회 장악 시도 사실이 덮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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