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이기자] 『통일요? 되면 좋죠. 그렇지만 갑자기 통일이 됐을 때 통일비용은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든 북한경제 회생을 도와야 남북한이 모두 살게 되는 것 아닐까요』
효원물산 金英一(김영일·55)사장은 자신을 「장사꾼」으로 소개한다. 25년간 구미지역을 상대로 무역업을 해오다 지난 90년 아무 연고도 없는 대북교역에 눈을 돌렸을 때도 「장사」가 목적이었다.
사업 8년째인 그에게는 「장삿속」말고도 「무언가」가 있다. 작년 9월 방북때 만났던 굶주린 북한주민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정치적 이유로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없다면 민간이 물품을 사서라도 도와야 합니다.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느니 북한 것 사주는 것이 어떨까요』
김사장은 북한의 나진 선봉지역에 종합식품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땅 1만평을 확보해 놓은 상태. 올해 1백만달러 등 총5백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또 3년전부터 북한내 농산물 계약재배를 추진, 최근 북한측으로부터 밭 3백만평을 빌려주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남한의 참깨씨 등 밭농산물 종자를 보내 시험재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
지금까지 그의 대북교역 실적은 1천만달러. 다뤄보지 않은 품목이 없다. 교역이 시작된 89년이후 업계 총실적이 12억3천7백만달러인 것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도 아직 남는 장사는 아니다.
첫거래인 시멘트수입부터 완전한 실패작. 홍콩중개상의 말만 믿고 배를 빌려 해주항으로 보냈으나 시멘트가 준비돼 있지 않아 60일간이나 묶이는 바람에 배운임과 지체료 등으로 2억원이상 적자를 봤다.
91년 국내 명태값이 폭등했을 때는 냉동명태를 들여오려다가 세관통관이 6개월이나 늦어져 3억원을 날렸다.
지난 95년말 북한흙 1백2만t을 가져다가 실향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려했던 계획도 아직 마무리짓지 못했다. 우여곡절끝에 선적1년여만인 작년말 들여왔으나 잠수함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바람에 최근에야 정부로부터 배포계획 승인을 받았다.
『자유교역이 이뤄지고 통일이 되면 지금까지의 손해가 오히려 사업밑천이 되리라 믿습니다. 대북교역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장사꾼」 김사장은 자유교역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긴 싸움을 이제 막 시작한 듯 강한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