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니 오히려 두려움이 없어지더군요』
외딴 섬에서 홀로 암과 투병하며 절절한 심정을 한 줄 한 줄 시로 써내려간 시인 申龍善(신용선·52)씨. 그가 최근 투병생활 동안 틈틈이 써두었던 시를 모아 시집 「하산하는 법」(문학아카데미刊)을 펴냈다.
신씨가 간암발병 사실을 안 것은 지난 89년. 병원에서 좀더 두고보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신씨는 그 길로 인천 근해의 덕적도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의 폐쇄된 성당을 안식처로 삼았다.
『신(神)과 단둘이 마주앉아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왜 이런 시련을 나에게 줬는냐며 투정도 부렸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습니다』
신씨는 『그후부터 주변의 모든 것에 애정을 느꼈고 그런 느낌을 시에 담았다』고 말한다.
신씨가 추구하는 장르는 서정시. 『난해한 추상보다는 우리 삶을 따뜻하게 관조하는 서정시가 좀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 신씨의 바람이다.
신씨는 1년여를 섬에서 보낸 뒤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동안 줄곧 항암 치료를 해온 덕인지 암세포는 지금도 첫발견 때와 같은 크기다.
신씨는 『투병생활이 시작(詩作)에 많은 영향을 미친건 사실이지만 그런 주변 상황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놓고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