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섯살의 여배우 박정자씨가 미니스커트에 검은 스타킹, 군화를 신고 멋지게 노래를 뽑는다. 「어머니역 전문배우」인 그로서는 놀라운 변신이다.
지난 8일부터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에 펼쳐진 모노드라마 「그여자, 억척어멈」에서의 한 장면. 그는 『내가 연출자에게 졸라서 이런 파격적인 옷을 입었다』며 『개막전 군화 끈을 맬때마다 전쟁터에 나가는 것같아 참 좋다』고 했다.
「그 여자, 억척어멈」은 일제때 남편을 징용보내고 6.25로 아들을 잃은 연극배우가 전쟁통에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을 공연하면서 『그래도 내게는 연극이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그는 질긴 모성의 어머니로, 천박한 바탕의 연극배우로, 그리고 나중에는 사랑을 그리는 외로운 여자로 시시때때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일인극페스티벌에 참가했던 그는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속곳까지 팔아서 모든 것을 해주는, 참으로 「구들장같은 모성」을 지닌 한국 어머니 상을 그렸다』고 말했다. 덕분에 일본 평론가들로부터 「서랍이 많은 배우」(표현할 수 있는 감성과 역량이 크다는 뜻)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
일인극이지만 무대미술가 이병복씨가 만든 푸근한 느낌의 인형이 등장하고 그림자극도 마련되어 관객은 속까지 든든하고 훈훈해진다. 극단 자유 학전 공동제작으로 김정옥씨(국제극예술협회세계본부회장) 극본 연출.7월6일까지 공연. 02―763―8233
〈김순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