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우리 茶와 더불어 30년 조성기씨

  • 입력 1997년 4월 24일 08시 51분


『조성기씨(41)가 만든 차(茶)를 마셔본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다. 지리산 쌍계사부근에서 「무향다원」이라는 찻집을 운영하며 차를 만드는 조씨. 중국차에 밀려 한동안 맥이 끊어졌던 우리 차를 다시 만들어 시장에 상품으로 내놓은 한국차 보급의 일등공신 조태연씨의 아들이다. 7세때 부모를 따라 지리산에 들어가 차와 더불어 살아온 지 30여년. 차만들기를 고집하는 부모 때문에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가난이 지긋지긋해 자신은 그 길을 가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은 그 길에 들어섰고 지금은 「조성기 차」라는 독보적 경지를 인정받고 있다. 그의 차에는 혼과 열정이 어려 있다고들 말한다.아홉번 찌고 아홉번 말린다는 「구증구포(九蒸九曝)」. 그가 차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는 불에 달군 그릇에 차를 볶으며 맨손으로 차를 어루만져 준다. 그래서 손이 타들어가고 한번 일에도 몇차례씩 살갗이 벗겨져 그의 손에는 지문이 없다. 그래도 그는 맨손을 고집한다. 차가 딱 알맞게 익혀졌다는 느낌이 손에 전해지는 그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불에 익힌 차를 비비면서 말릴 때도 맨손이다. 구증구포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해내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차는 맑다. 그가 추구하는 것도 맑음의 극치에 이른 차다. 다른 사람들은 대개 두세번 불에 익히고 비비는데 그것도 장갑낀 손에 주걱을 사용하거나 거적에 대고 비빈다. 『10여년전 차가 너무 마시고 싶어 직접 차를 조금 따다가 만들었는데 극락이 따로 있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릇이 없어 가스 레인지에 코펠을 올려놓고 볶은 차였으니 우연히 나온 맛이지요. 그 맛에 반해 그 맛을 떠올리며 차를 만들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 맛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그 차를 마시면서 그의 부인도 1시간 가량 말을 잊었다고 한다. 그의 차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축에속한다. 1백g짜리 한통에 최고 50만원에서 8만원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는 가난하다. 차를 만들 수 있는 시기가 4,5월에 한정돼 있고 그가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의 양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소량이더라도 최고급인 차만을 만들겠다고 고집한다. 〈지리산〓신복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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