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은행 차장자리를 어느날 때려치우고 강화도에 들어가 강화특산물 순무를 가공해 특유의 「순무김치」로 만들어낸 權國遠(권국원·45)씨를 사람들은 「순무박사」라 부른다.
농사일에 전문적으로 뛰어든지 3년밖에 안된 그를 박사라고 부르기에는 좀 빠른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 그만큼 순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 어쩌랴.
그는 인천 강화군 선원면 연리 4천여평의 밭에 순무만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농사체험장과 김치가공공장을 마련, 재배실험과 상품화를 위한 가공기술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권씨는 인삼맛을 지닌 순무의 독특한 향과 맛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순무를 기른다. 벌레퇴치를 위해 과일찌꺼기 막걸리 흑설탕 등을 혼합발효한 자연식초를 만든뒤 이를 20배로 희석시켜 순무밭에 뿌려줄만큼 순무재배에 들이는 정성은 대단하다. 인분퇴비도 마다 않고 직접 만든다.
서울신탁은행 차장에서 지난 94년 명예퇴직한 그는 이미 그 몇해전부터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진학하고 전국농업기술자협회 등에서 관광농업과 미생물농법을 배웠다. 그가 개발한 순무김치는 지난 95년 한국김치축제 광주김치축제에서 연거푸 김치상품화부문 특별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7일 서울 삼성동 국제무역전시관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출품된다.
권씨는 『순무뿐 아니라 강화특산물인 약쑥 씨없는 감 등을 가공식품으로 개발해 세계적인 특화식품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032―932―7976
〈강화〓박희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