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계엄군 총맞고 숨진 조사천씨 아들 천호씨

  • 입력 1997년 5월 18일 10시 15분


영문 모를 슬픔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광주의 아이」 曺天鎬(조천호·22)씨. 지난 80년 5월21일 전남 도청앞 광장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曺四天(조사천·당시34세·건축업)씨의 맏아들인 그는 지금 제대를 3개월 앞둔 육군병장이다. 조씨는 『군인은 사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해선 안된다』며 지난 7일 새로 조성된 5.18묘역으로 아버지를 이장하기 위해 휴가를 나와서도 사회에 대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모범적인 군생활로 4박5일의 포상휴가를 얻어 나왔었다. 어머니 鄭東順(정동순·43)씨는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가 어떻게 왜 돌아가셨는지를 알려준 뒤 천호는 지금까지 단 한번 아버지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입대를 앞둔 어느날 『아버지는 인정많은 의리의 사나이』라고 독백처럼 한마디 툭 던지더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지낸 두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고 5.18이 기념일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 말이 없다. 다만 어머니와 가족의 안부만이 궁금할 뿐이다. 3남매를 키우느라 갖은 고생 마다 않던 어머니 정씨는 지난해 암진단을 받았다. 조씨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광주」나 아버지에 대해 말하길 꺼린다. 아버지 묘를 옮기던 날에도 조씨와 동생 용현군(18·광주상고3년)은 끝내 「아버지」를 부르지 않았다. 『광주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우리 가족은 한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비극이 우리 가족만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렵게 입을 연 정씨는 『벌은 법의 심판대로 받아야지요. 단 몇년 동안이라도 감옥에서 자기 잘못을 뉘우치기 전에 광주의 범죄자를 풀어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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