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 위를 거침없이 내달리던 붓이 잠시 멈추는가 하더니 산봉우리 하나가 솟아오른다. 선화(禪畵) 한 점을 완성하는데 길어야 2∼3분. 무아지경에서 마음이 이끄는대로 붓이 따라가기에 그의 선화에는 구도나 기교가 따로 없다.
6월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제3전시실에서 평화통일불교협회 주최로 북한동포 돕기 선묵(禪墨)초대전을 갖는 범주스님(54). 속리산자락에 직접 지은 토담집(달마선원)에 은거하며 그림에 몰두해온 그에겐 오랜만의 서울나들이다. 달마 한산습득 포대화상 승도(僧圖) 등 전통적인 선화와 선산수화 등 모두 1백50여점이 전시된다.
『세상이 시끄러운건 사람들이 본성을 떠나 물심(物心)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수행자인 제가 선화를 그리는 이유도 대중들이 선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본성으로 돌아가도록 돕기 위해섭니다』
범주스님은 『대부분의 그림이 화폭을 채우기 위해 선과 면과 색채를 사용한다면 선산수화는 반대로 빈 공간과 정적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81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하와이 파리 도쿄 등을 돌며 선화를 통한 포교에 나서기도 했다.
전시기간중 매일 오후1시부터 그림을 구입하거나 쌀 한가마를 보시한 관람객의 인물화를 스님이 직접 그려주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김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