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 잠실 주경기장에 울려퍼진 웅장한 북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잠실벌의 북소리에 세계인은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다.
任善彬(임선빈·47·경기 안양시 박달동)씨는 높이 2m10에 울림판 1m90인 88올림픽북을 비롯해 대전엑스포북, 임진각 망향의 동산의 통일기원북, 청와대 춘추관의 북 등국내5개의 대북을 만들 때모두참여한사람이다.
『88올림픽북은 현재 서울 도선사에 있는 것이 처음 제작된 것으로 소리가 좋지 않아 다시 만들었다』고 비화를 밝힌 그는 『우리나라 큰 북은 모두 내 손을 거쳐갔다』고 자부한다.
그는 요즘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박아 안양시청에 자리잡을 대북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임씨는 11세때 부모와 헤어진 뒤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북을 메우기 시작했다. 이들이 쓰는 「북메우기」라는 말은 북만들기라는 뜻. 그는 지난 89년에 세상을 떠난 인간문화재 朴均錫(박균석)씨로부터 북메우기를 배웠다.
임씨는 『36년동안 북메우기를 배웠지만 해볼 수록 어렵게 느껴진다』며 『북소리에 진한 여운이 있어 사람의 가슴을 울려야 진짜 북』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북은 金德洙(김덕수)사물놀이패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춘추관의 북은 높이 2m20에 울림판 2m10으로 지난 89년 임씨 등 20여명의 북메우기 장인이 국민을 위하는 국정을 펴달라는 뜻으로 만들어 청와대에 기증했다. 올 가을 임씨가 안양시청에 기증할 북도 이 북과 크기가 같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6년전부터 보청기를 착용하는 그는 『북을 손바닥으로 두드려봐 손끝으로 전해오는 떨림을 통해 소리의 좋고 나쁨을 안다』며 『옛 어른들의 솜씨를 따라가려면 불을 한참 더 때야 한다』며 웃었다. 0343―49―2825
〈안양〓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