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나비채집 15년… 대한표본연구소 백유현소장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6분


못생긴 애벌레가 번데기 과정을 거쳐 화려하게 변신하는 나비에 반해 산과 들을 찾아다닌 지 15년. 대한표본연구소(경남 사천시 축동면 배춘리) 白有鉉(백유현·35)소장은 전문가에 버금가는 곤충박사이자 국내에서 표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백소장이 곤충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경상대 생물학과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곤충전공 박중석교수 밑에서 심부름을 하며 곤충채집을 시작했던 그는 군에 입대, 강원 철원 심심산골의 포병대대에 근무하면서 부대장의 배려로 훈련을 나갈 때마다 곤충을 채집했다. 제대한 뒤 학교를 졸업한 그는 진주에서 곤충채집용 매미채, 나비채, 표본용 핀 등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리산 가지산 천황산 등 경남은 물론 울릉도까지 전국의 산야를 돌아다녔다. 지난해에는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이 터진 줄도 모르고 인근 산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은 나비 나방 잠자리 매미 등 곤충뿐이라고 할 정도로 채집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구원 5명과 함께 채집한 곤충은 나비 나방만 30만점, 잠자리 매미 메뚜기 사마귀 벌 파리 등을 합쳐 1천7백종 1백만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붉은점모시나비 유리창나비 바둑돌부전나비 담흑부전나비 등 이름도 생소한 희귀종들이 수두룩하다. 아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상자에 담아 표본화한 것은 7백상자 정도. 사천의 백소장집은 주변 환경이 좋아 곤충채집과 곤충사육을 겸하는 다목적 연구소로 같은 학과 후배로 지난해 결혼한 부인 전주아씨도 곧잘 곤충을 잡는다. 백소장은 『곤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시할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의 건립과 휴경지를 활용해 곤충 사육을 상품화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0593―52―9198 〈사천〓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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