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군 반포면 동학사에서 1.6㎞쯤 위 계룡산 중턱의 은선산장 주인 金基順(김기순·69·여)씨는 「인간 산신령」으로 불린다.
남편 鄭基千(정기천·74)씨와 함께 20년째 이곳에 살며 조난을 당한 등반객의 목숨을 수없이 구한 덕택에 붙여진 별명이다.
김씨를 처음 보면 평범한 할머니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고산준령은 물론 일본 후지산과 미국 요세미티 등반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등반에 나서면 젊은이들을 거뜬히 따돌리는 건각.
이 때문에 일단 조난신고를 받으면 표범처럼 돌변해 장사를 제쳐둔 채 조난자를 찾아내고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로 목숨을 건져낸다.
이제까지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은 30여명.
인근 동학파출소는 그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첫마디로 사태를 감별한다.
『빨리 빨리』면 목숨을 건졌고 『또 수고 좀…』하면 변시체다.
그는 「당귀차 인생상담」으로 자살을 하려는 이들도 구한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끝에 지난해 추석 자살을 결행하러 이곳을 찾았던 김모군(21·전북 W대 치공과)은 당귀차를 끓여주며 간곡히 설득하는 김씨 덕분에 자살 결심을 버리고 학교에 복학했다.
산을 얕보지 말고 존중하며 산에서 새 생명을 배우라고 강조하는 그는 행여나 낙담끝에 산을 찾은 사람은 없는지 오늘도 이따금씩 창밖을 내다보며 등반객의 안색을 살핀다. 042―825―6039,0290
〈공주〓지명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