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어교사이자 작가인 林永春(임영춘·65)씨는 95년 3월 일본에서 발간된 「추한 한국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책을 읽어본 뒤 집필하던 작품을 모두 중단하고 이 책에 대한 반론(反論)을 쓰는데 매달렸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한국을 구제했다」고 주장하는 반역사적 궤변과 망언으로 가득찬 책이 삽시간에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한가롭게 소설을 쓸 수 없었다.
임씨는 1년여의 작업 끝에 94년 7월 「추한 한국인이 일본에게 답한다」(도서출판 세림)를 내놨다. 임진왜란 일제시대로 상징되는 일본의 죄과를 외면한 채 근거 없이 한국 매도에 열올리는 일본인들에게 『제발 인간이 되라』고 꾸짖은 책이었다. 「추한 한국인」에 대한 본격 반론서인 이 책은 이듬해 일본 삼일서방에 의해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95년 3월 일본에서 「추한 한국인, 역사검증편」이 또 발간되자 임씨는 충격을 받고 그날로 좋아하던 술을 끊어버렸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음모를 낱낱이 밝힐 때까지는 술을 입에 댈 수 없다는 결심에서였다.
임씨는 朴泰赫(박태혁)이라는 「추한 한국인」의 가명 필자와 나중에 이 책의 진짜 필자로 밝혀진 가세 히데아키(加賴英明)가 대담 형식으로 꾸며놓은 「추한 한국인, 역사검증편」을 장(章)마다 요약하고 하나하나 반론을 제기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월 간행된 책이 「추한 한국인가, 추한 일본인가」였다.
임씨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추한 한국」을 부정하는 일본 양심세력 2백여명의 고백을 모은 「나는 부끄러운 일본인입니다」를 지난달 펴냈다.
광복절을 맞으면서 그는 사법부의 「이완용 재산 반환판결」 때문에 마음이 크게 상해 있다. 법보다 도덕이 먼저인데 민족정기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장편소설 「맥」 「갯들」의 작가로 시 수필 평론 등 장르에 구애 없이 활동해온 임씨는 당분간 일본의 양심을 일깨우기 위해 일본연구와 강연 토론 및 책쓰기 등에 전념하며 일본 양심세력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기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