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15일)과 국치일(國恥日·29일)이 낀 8월을 보내는 曺亨均(조형균·68·제지공학자)씨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난 83년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후 15년째 필생의 사업으로 매달려온 한일관계 강연 및 팜플렛을 모은 책 「가깝고도 가까운 사람의 말」이 이달초 日 신간사(新幹社)에서 간행된 후 일본 독자들의 편지가 날아오는 등 반응이 뜨겁지만 양국 관계는 최근의 한국선박 나포사건에서 보듯 여전히 「가깝고도 멀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약대를 마친 뒤 미국 메인대학에서 제지공학을 전공, 동해펄프㈜ 이사, KS규격 심의위원 등을 지냈으며 지금도 원로기술자문단 위원인 펄프 제지전문가.
그가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咸錫憲(함석헌)선생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지난 89년 함선생 장례식 때 조사를 했을 만큼 애제자인 그는 지난 83년 강화도에서 열린 함선생 사상에 관한 한일 기독교하기수양회에서 처음 일본에 관해 강연했다. 이어 함선생 사후 일본 신교(新敎)출판사에서 낸 함선생 문집이 너무 엉망이어서 이에 항의하고 고치는 작업을 재일(在日) 崔昌華(최창화)목사와 함께하면서 일본관계 일에 깊이 빠지게 됐다.
이후 그의 활동은 놀랄 만큼 역동적이었다. 지난 91년에는 한국인 피폭자의 얘기 「핵의 아이들(저자 박수복)」을 번역, 일본에서 간행했고 「함석헌 정독시리즈」 2권을 일본어로 냈는가 하면 93년에는 정신대 문제를 다룬 「한일간에 생각하는 것」을 출간하는 등 그동안 10여권의 책을 썼다.
그는 학자로서 「한민족 제지사」를 쓰는 것과 한일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고 있는 노익장이다. 02―323―1323
〈김기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