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나비 박사」 정헌천씨

  • 입력 1997년 9월 8일 07시 46분


광주 동구 소태동에서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정헌천(鄭憲天·40)씨는 10여년동안 나비를 찾아 남녘의 산과 들을 누벼온 「나비박사」다. 정씨가 지금까지 수집, 보관하고 있는 나비는 국내에서 서식하는 총 2백10종 가운데 3종이 빠진 2백7종 2천6백83마리. 보관상자만 무려 2백개가 넘는다. 정씨의 「나비인생」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전남대 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4년동안 고시공부에 매달리던 그는 88년 봄 고시원 철쭉꽃에 사뿐히 내려앉은 제비나비를 잡아 비닐코팅한 뒤부터 나비에 매료됐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오묘한 색깔에 마음이 끌린 정씨는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틈만 나면 대학도서관을 찾아 동물도감을 뒤지고 나비를 찾아 무등산을 헤집고 다녔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하루에도 서너차례 무등산을 오르는 고생 끝에 그는 총 96종의 나비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던 무등산에 암고운부전나비 등 15종이 더 있다는 사실을 한국나비학회지에 발표했다. 무등산 탐사를 마친 정씨는 곧바로 지리산 탐사에 나서 학계에 보고돼 있던 1백14종에 8종을 추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10여년동안 채집한 나비 가운데 정씨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나비는 남방녹색부전나비. 해남 대둔산에서만 서식하는 이 나비의 성충을 집으로 가져와 1년3개월동안 산란 월동과정 부화 등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씨의 꿈은 무엇보다 동물도감에서만 구경했던 남방푸른부전나비 큰먹나비 중국은줄표본나비 등 3종의 나비를 채집하는 것이다. 또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 생태를 연구할 수 있는 사육관이나 전시관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나비인생에서 최종목표이기도 하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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