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북한산의 훼손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유황호(劉晃虎·39·경기 양주군 장흥면 교현리)씨는 「북한산지킴이」와 「북한산호랑이」라는 두가지 별명을 갖고 있다.
유씨가 이 별명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한전측에서 경기 양주전력소∼의정부 녹양변전소까지의 전기 공급을 위해 북한산 자락에 세우고 있는 17개의 대형 송전철탑공사 저지를 위한 「북한산국립공원 송전탑 설치공사반대 주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생업인 음식점의 문을 닫은 채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우이령보존회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과 손잡고 북한산지킴이로 나선 유씨는 이후 하루에 한번은 북한산에 올라 대형 공사로 파괴되는 북한산을 지켜봐 왔다.
그는 파헤쳐진 분화구와 같은 큰 구덩이와 뿌리째 뽑혀버린 수백년된 나무 등을 바라보면서 타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의 분노가 또다시 폭발한 것은 수도권외곽 순환고속도로가 북한산을 통과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였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그동안 경기도청과 양주군청 건설교통부 통상산업부 등 관공서를 수없이 드나들며 공사의 부당성을 호소해 왔다.
『괌 KAL기 추락사고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인명사고가 민족의 영산(靈山)인 북한산에 1백여개의 쇠말뚝을 박으면서부터 터지기 시작했다』고 믿는 그는 북한산을 지키기 위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굴착기 앞에 4시간씩이나 드러누워 있다 불도저에 밀려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한편 유씨의 북한산 순찰산행에는 백범 김구(白凡 金九)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安斗熙)를 수십년간 뒤쫓아 응징해온 권중희(權重熙·62)씨가 함께 하고 있다. 유씨와 권씨는 7월 초순 북한산 훼손현장에서 환경단체회원과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산의 「화난 혼」을 달래기 위한 「북한산달래기 제석굿」을 벌이기도 했다. 0351―40―4202
〈양주〓권이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