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대 공대 정밀기계설계연구소에서 기계설계 진동측정 주물분야의 전문가인 교수 3명이 모여 보신각 범종을 본뜬 모형종을 둘러보며 95년 작고한 스승을 회고했다.
이들은 한국 범종제작 및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활동중인 이장무(李長茂·52·기계설계)공대학장과 나형용(羅亨用·62·재료공학)학부장 이영배(李榮培·70·기계설계)명예교수.
이들은 스승인 고(故)염영하(廉永夏)교수와 함께 보신각종, 엑스포 대종, 미국 애리조나주 전몰장병 추모종, 독립기념관 통일의 종을 제작했다. 「부산 시민의 종」 「경북대종」 「서울대 법대 정의의 종」 등 최근 조성된 굵직한 종들은 거의 모두 이들 3인의 작품. 이교수 등은 스승의 유지(遺志)를 잇기 위해 현재 연구소내에 조성중인 「종(鐘)박물관」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함께한 것.
염교수는 70년대초 세계적 문화자산인데도 홀대를 받던 한국종에 심취, 역사학자들과 함께 한국범종연구회를 창립해 과학적인 종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염교수는 특히 전국 사찰의 종은 물론 일본에 산재한 한국종까지 일일이 찾아내 「한국종연구」(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간)도 펴냈다.
종에 대한 염교수의 남다른 열정이 연관분야에 있던 자신들을 한국종의 깊은 신비의 세계로 빨려들게 했다고 3인의 교수는 회고했다.
『요즘처럼 사회가 어수선할 때면 그분이 자주 말씀하시던 「늘 종소리처럼 맑은 사회」란 어구가 절로 떠오릅니다』
이들은 연구소내의 종 박물관을 스승의 호를 따 명석(明石)기념관으로 이름짓고 염교수가 생전에 수집한 귀중한 자료와 모형 종, 화보 등을 12월중 공개키로 했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