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청각장애인 홍영희(洪英憙·49)씨는 1급 장애인인 농아(聾啞) 다음으로 청각이 좋지 않아 보청기가 없으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75년 9급으로 서울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홍씨는 갈수록 청력이 약화, 22년 동안 정들었던 시청을 2월 떠났다.
이후 그는 퇴직금 9천1백만원과 전세금을 뺀 돈 등으로 보청기판매업에 뛰어들었고 돈이 없어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전달하는 「소리복음사」로 변신했다. 그동안 그는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의집 음성꽃동네 등을 찾아다니며 모두 3백17명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그는 앞으로 청각사만이 청각장애인 관련 일을 할 수 있어 최근 한림의대 대학원 청각학과 야간반에 등록했으며 자신이 머지않아 농아가 될 것에 대비, 수화도 배우고 있다.
이런 홍씨가 처음 귀에 이상을 느낀 것은 82년 3월.
『담당 과장이 내게 여러차례 업무지시를 했는데도 목석같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고 주위동료들이 얘기하더군요』
담당과장의 노발대발에 홍씨는 즉시 병원을 찾았다. 69년 월남전에 백마부대 포병대원으로 참가, 고막이 파열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당시 야전병원에서 간단한 지혈만 하고 무심코 지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일단 당시 두달치 봉급인 80만원짜리 보청기를 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남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92년에 대통령표창을 받는 등 8차례나 표창을 받았다. 이런 노력도 계속 악화되는 이명(耳鳴)현상과 만성 중이염앞에 어쩔 수 없었고 그는 6급 공무원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다. 02―473―5443∼4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