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범띠해. 새해를 맞는 다짐은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범띠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98년엔 월드컵축구 아시아경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줄지어 있다. 때문에 범띠들의 포효도 더욱 우렁차다. 범띠 스타들의 새해 다짐을 들어본다.》
▼이기형(월드컵축구대표)
6월의 프랑스월드컵만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25m짜리 대포알슛은 나의 것이다. 중거리슛은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닌가. 박창선 최순호 황보관 선배보다 훨씬 장쾌한 슛을 반드시 터뜨리겠다. 네덜란드 벨기에 멕시코. 모두 벅찬 상대라고 걱정하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청소년과 올림픽대표로 유럽선수들과 여러차례 경기를 해봤지만 한번도 ‘넘지못할 벽’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올해 태어날 나의 2세. 사랑스러운 꼬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본선의 승전보를 엮어내겠다.
▼김형석(프로야구 삼성)
OB에 입단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13년. 서른여섯살이라면 선수중에선 이제 선배를 찾아보기 힘든 나이다.
한달 전 OB에서 방출됐을 때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작년 11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 뒤부터 12월초 삼성에 입단하기까지가 선수생활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삼성에서 연봉이 2천만원이나 깎였지만 괜찮다. 돈보다는 명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힘이 남아있는 한 언제까지라도 그라운드에 남아있겠다.
▼정선민(여자농구 SK증권)
올해엔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경기 등 큰 대회가 많다. 지난해엔 노력한 만큼 운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올해는 반드시 ‘나의 해’가 될 것이다.
올해 첫 목표는 농구대잔치와 새로 출범하는 프로리그 우승. 농구대잔치 MVP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다.
영주 현옥 언니를 빼고는 내가 팀에서 제일 고참. 그렇지만 개인득점에 욕심내지 않고 리바운드와 볼배급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후배들을 이끌겠다. SK증권 파이팅, 정선민 파이팅.
▼김완태(프로골퍼)
최근 2,3년간 꾸준히 상금랭킹 10위권을 지켰지만 프로데뷔 10년동안 한번도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밀려난 것을 보면 정신력과 승부근성의 부족이 문제인 것같다.
올해엔 반드시 달라지겠다. 더이상 후배들의 들러리는 되지 않을 생각이다. 또 본격적으로 아시안PGA투어를 공략하겠다. 동남아지역의 골프장은 익숙하다. 더운 날씨를 견딜 정도의 체력만 보완하면 충분히 자신있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프로통산 첫 승리를 거둘 것같은 예감이 든다.
▼장소연(여자배구 SK케미컬)
여자가 범띠면 거세다고 하지만 운동선수인 나에게는 딱 맞는다. 「범띠 가시내」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최고의 센터가 되겠다. 지난해엔 초반 대표팀의 성적이 좋았지만 막판에 일본에 지는 바람에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 올해엔 일본은 물론 쿠바 네덜란드 등 세계정상팀들도 꺾어보고 싶다.
또 한가지, 올해엔 남자친구를 한명 사귀고 싶다. 힘들 때 다정한 편지나 격려를 받을 수 있다면 훨씬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