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단독인터뷰]『빅딜 하루아침에 안된다』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9분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은 1일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가장 큰 이유는 ‘금융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하고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1년내에 극복하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중인 김회장은 동아일보와의 단독회견에서 경제위기에 대해 나름대로의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 김회장은 차기 정부의 재벌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30일 발언은 “진의가 과장되고 왜곡됐다”고 거듭 해명하면서 신중하게 대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30일 발언에 대해 해석이 구구한데…. “유종근(柳鍾根) 차기대통령 경제고문과 입씨름을 벌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가까운 후배인 양수길(楊秀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 유고문이 있었을 뿐이다. 유고문과는 대우자동차가 군산에 공장을 지었을 때 한번 만난 일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런 식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차기정부의 재벌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대기업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이 있는데 지나치게 잘못한 점만 문제삼는 분위기는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작년 경제지표를 보자. 성장률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6% 정도였고 실업률도 낮았다. 인플레도 별로 없었다. 경제자체가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 위기의 직접 원인은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단기차입해 돈놀이를 했기 때문 아닌가. 금융의 실패, 금융정책의 실패였다.” ―‘빅딜’로 상징되는 재벌 구조조정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빅딜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회사를 완전히 평가하는데만 6개월∼1년은 걸린다. 시간을 충분히 줘야지 다그치기만 해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만 준다면 내놓을 기업이 있다는 뜻인가. “(웃으며 정부가) 내놓으라면 내놓아야지. 몇년 전만 해도 그런 말을 들었겠지만…. 대우전자 대우통신도 현재 수십개 국가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김회장은 이미 빅딜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음을 내비쳤다. ―제너럴 모터스(GM)와의 합작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겠다는 뜻인가. “현재 GM과 전반적인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가 진행중이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기아를 또 인수할 수 있겠는가. 필요하지 않다.” ―뉴욕 외채협상 타결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참 잘됐다. 일단 위기를 넘긴 만큼 이제 직접 당사자인 금융기관들이 뛰어야 할 차례다.” 김회장은 특히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부채상환을 유예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경제학자는 환율폭등으로 인한 한국의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연간 4백억달러로 추정했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가능하다고 본다. 환율덕에 수출이 어느 정도 늘겠지만 더 뛰어야 한다. 수입도 불요불급한 것은 줄여야 한다. 노력하다 보면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1년내 극복하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출은 얼마나 늘 것으로 보는가. “능력 이상의 목표가 필요하다. 지금 재계 총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는데 귀국하면 좀더 열심히 뛰자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대우는 다른 기업보다 빨리 세계화로 눈길을 돌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화 경영의 평가는 아직 이르다. 나중에 평가받겠다.” 〈다보스(스위스)〓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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