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발표된 새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복수인선안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그간 밝혀온 전문성중시 가신배제 지역타파의 ‘인선 3원칙’에 충실하려 한 흔적이 보인다.
집권세력이 고위공직자 인선과정에서 언론의 사전검증을 자청한 것은 헌정 50년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물론 ‘국민의 정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고려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내각 인선도 비슷한 수순을 밟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봉균(康奉均)현 정보통신부장관을 차관급 정책기획수석으로 기용할 뜻을 비친 것은 ‘전력(前歷)’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직급보다 ‘일’ 기준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중권(金重權)차기대통령비서실장은 “김영삼(金泳三)정부가 범한 공직인사의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청와대 안기부 등의 공적인 인선자료를 활용하고 비선조직에는 일절 의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인선과정에 자신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했다고 김실장은 전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인선에 있어 최우선 고려 사항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라며 “나와의 사적인 연(緣)에 대해서는 구애치 말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번 복수인선안 발표의 초점은 언론의 사전검증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공약사항인 인사청문회를 우회(迂廻)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인상을 준다. 즉 인사청문회 실시를 유보하는데 따른 비난을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또 최종인선안 발표예정일(10일)까지 일요일과 발표당일을 빼면 사전검증에 주어진 시간은 9일 하루뿐이다. 따라서 김차기대통령측이 진심으로 철저한 사전검증을 원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은 수석비서관 인선안을 마련하는데에만 한달이상 작업을 했다. 이 때문에 인사발표 사흘 전에 갑자기 복수안을 흘린 것은 사전검증 이름만 빌린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복수인선안에 포함된 사람들의 인권 명예의 문제도 있다. 개인의 사생활이 부당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며 최종인선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애매하게 ‘문제있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수석비서관 인선은 철저히 김차기대통령―김실장 라인에서 이뤄졌다. 김차기대통령이 이런 저런 사람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하면 김실장이 자료를 수집, 정리해 보고했다. 재산관계도 면밀히 조사했다. 또 대상자들은 대부분 김실장이 면담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