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에 사용된 중앙 정보부 공작선 ‘용금호’의 선장이었던 이순주(李淳柱·65·전남 여수시 미평동)씨는 “솔직히 그동안 중앙정보부가 무서워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며 “정치공작에 이용된 용금호 선원들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19일 자신의 집으로 찾아간 본보 기자에게 이씨는 “여수 출항당시 중정요원 2명과 요원이 신임하는 2명의 선원외에는 중정측이 김대중씨를 납치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에 배가 닿자 어디론가 사라졌던 중정요원들이 73년 8월9일 오전1시경 검은 보자기에 싼 ‘물체’를 배에 실었다.이때 보자기가 꿈틀거려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감히 ‘누구냐’고 물어볼 생각은 하지 못한채 배를 출항시켰다.출항후 1시간쯤 지나 일본 방송을 듣고 ‘보자기에 싸인 사람이 김대중씨구나’라고 직감했고 김씨에게 음료수나 식사를 갖다준 선원들이 ‘배에 김대중씨가 탔다’고 귀띔을 해줘 진상을 알게 됐다.이씨가 중정요원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80년.
윤진원(尹鎭遠)해외공작단장이 납치사건 당시 선원 20여명을 부산의 반도호텔로 불러 술자리를 마련하고 3백만원씩을 나누어주며 비밀유지를 부탁했다.
〈여수〓이완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