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DJ)비자금사건과 관련, 검찰의 조사요청을 받아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가 22일 오후 출국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특별명예상’을 받기 위해 출국한 이명예총재는 3월1일 귀국한다. 그는 출국에 앞서 당이 고발한 만큼 자신이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이명예총재는 “김총장이 나더러 ‘타고난 정치인’이라고 한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총장이 나보다 더 타고난 정치인 같다”고 했다.
김총장이 전날 ‘DJ비자금사건’과 관련, 자신에 대해 “서면조사라도 마치고 출국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법조인 출신이라기보다 인기관리를 위해 여론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명예총재는 이어 “검찰의 품위가 잘 지켜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한 말이기는 했지만 김총장의 발언에 대한 이명예총재의 ‘격노’를 느끼게 했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대변인도 김총장의 발언 당일인 21일에 이어 22일에도 논평을 내고 김총장의 발언을 ‘폭언’이라고 비난했다. 전날엔 ‘원색적인 발언’이라고 논평했다.
다음은 이명예총재와의 일문일답.
―검찰은 반드시 이명예총재로부터 직접 진술을 듣겠다는 입장인데….
“당에서도 밝혔지만 검찰의 주장은 별로 수긍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본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은 모두 조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검찰이 이명예총재에 대한 조사를 고집한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검찰에 가서 물어보는 게 좋겠다.”
―‘3.10’ 전당대회에서 총재 경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당 총재가 대통령이 아닌 야당의 총재는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 생각이다. 그러나 총재 경선을 해야 한다는 것과 내가 총재 경선에 출마하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입장은….
“당의 명예총재로서 당론이 정한 바와 (의견을)같이하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하게 되는데….
“일부러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취임식 당일 축하전문을 보낼 것이다.”
이날 공항에는 황낙주(黃珞周) 양정규(梁正圭) 변정일(邊精一) 김태호(金泰鎬) 김종하(金鍾河) 백남치(白南治) 하순봉(河舜鳳) 김영일(金榮馹)의원 등 원내외 위원장 30여명이 대거 출영했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