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국민회의 설훈(薛勳)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찾아 큰 절을 올렸다. “내일 대통령에 취임하시면 앞으로 잘 뵙지 못할텐데… 절대 건강하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자네도 잘 하게”라는 당부를 듣고 돌아나올 때 자기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설의원에 앞서 다녀간 최재승(崔在昇)의원도 건강을 기원했다. 마침 짐을 싸고 있던 김대통령은 같은 당부를 했고 최의원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김대통령의 취임을 맞는 가신(家臣)그룹의 심정은 대체로 이랬다.
길게는 30년이상, 짧게는 10년이상 줄곧 김대통령을 지근에서 보필해 온 이들은 한편으로는 감개무량하면서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스’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반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뛰어야 할지 허전하기만 하다는 표정이었다.
67년 7대 총선때 김대통령의 선거운동원으로 인연을 맺은 한화갑(韓和甲)의원은 “앞으로 무엇을 하기보다 대통령을 탄생시키는데 관여했다는 보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김옥두(金玉斗)의원도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새 정부가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지역감정 없이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에 입원중인 권노갑(權魯甲)전의원의 소회(所懷)는 더 간절했다. 그는 “총재님(김대통령)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는 것 외에는 더 바랄 것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