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일정은 예고한 대로 됐다. 그러나 그동안 인선기준을 둘러싸고 내부진통이 있었다.
안기부장 후보로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사람은 이종찬 신임안기부장이었다. 그가 안기부 출신이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때 안기부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회의 당료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구여권인사들이 요직을 너무많이 차지한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조승형(趙昇衡)헌법재판관과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부총재가 강력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조재판관은 자민련 쪽에서 편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대통령도 조재판관이 임기직이라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자민련 관계자들도 한부총재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있었으나 그보다는 ‘말’이 더 잘 통하는 이부장을 선호했다.
한때 안기부 개혁을 위해 장악력이 강한 천용택(千容宅)국방부장관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김대통령은 이미 2월초쯤 천장관에게 군을 맡기기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이때 ‘이종찬안기부장’을 결심한 것 같다는 게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의 전언이다.
김대통령이 안기부장인선에 가장 고려한 것은 ‘인화(人和)’와 ‘지역안배’였다. 인화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유기적 협조를, 지역안배는 감사원장과 법무부장관이 모두 호남출신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이부장이 80년 안기부개혁작업을 맡았던 경험도 참작됐다.
안기부장 인선기준과 관련, 김대통령이 말한 ‘민주적 신념’부분에 대해 박공보수석은 “이부장은 여권에 몸담을 때부터 개혁적 민주적 성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 역학관계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부장은 내심 서울시장출마를 희망했으나 ‘서울시장은 안된다’는 여권 내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최근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보내 이부장을 설득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