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이튿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식에 참가한 것 외에는 일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퇴임하던 날 정치인 30여명의 방문을 받은 뒤로는 손님을 맞는 일도 드물다. 김전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당분간 별 계획없이 휴식을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친하게 지냈던 이들도 잘 만나려 하지 않는다고.
지난해 특별사면으로 교도소에서 나온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도 보통사람의 일상을 회복한지 두달보름여 됐지만 ‘두문불출’에 가깝다. 전씨는 논어(論語)를 비롯, 주로 책을 읽으며 소일하고 있으며 예전부터 해오던 일본어와 서예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가끔 부인 이순자(李順子)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장인 집을 방문하곤 한다.
노씨는 간혹 노모가 살고 있는 역삼동 동생집에 들르는 것 외에는 외출을 삼간 채 독서로 소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 평균 5명 가량의 친구 및 측근들이 집을 방문하고 있다고.
내년이면 여든을 맞는 최규하(崔圭夏)씨도 지난달 취임식에 참석한 것이 실로 ‘오랜만의 외출’. 아들 딸 내외가 1주일에 두차례 가량 번갈아 다녀갈 뿐이다. 경비경찰관은 “마치 수도승처럼 살고 계신다”고 전했다. 최씨는 경비경찰관들에게 빌린 접착제로 구두밑창에 가죽을 붙여 생활할 정도로 검약의 모범을 보인다. 경제불황 속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뜻인듯 기름보일러를 두고도 연탄으로 난방중.
〈금동근·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