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는 면세점 판촉업계에선 소문난 스타. 97년 한 해 동안 그가 면세점으로 끌어들인 외국인 고객이 10만명. 외국인들이 총 1천5백만달러어치의 물건을 사들고 떠났다. 덕분에 회사에서 가장 실적이 우수한 사원에게 주는 ‘더 베스트 대상’도 거머쥐고 과장특진도 약속받았다.
그러나 거래선인 여행사들을 찾을 때면 그는 그저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일 뿐. 신문배달과 호텔사환을 하며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한 게 최종학력이라는 걸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상대방이 행여 ‘잘 나가는 회사 대리’로 여기고 부담스러워 할까봐서다. 주름살 때문에 40대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아예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이며 ‘젊고 만만하다’는 걸 은근슬쩍 내세우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공부엔 취미가 없었지만 몸으로 때우는 것만은 자신있었던 이대리. 5년 전 판촉팀으로 옮겨와 군소 여행업체를 맡게 되자 오기가 발동, 17군데의 여행사를 매일 무조건 방문했다.
“정성과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알아줘요. 남들 한번 들를 것 두번 들르고 경조사는 지방 어디라도 꼭 찾아갔죠.”
출근카드라도 만들어야겠다고 농담하던 여행사들이 1년 만에 이대리쪽으로 넘어왔다. 여름이면 여분의 셔츠와 속옷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갈아입는 깔끔한 이미지 관리도 한몫 한 듯.
오늘도 그는 몸에 배인 공손한 태도와 변함없는 정성으로 거래선을 누빈다.
〈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