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소프트웨어회사인 윈드리버사의 기술담당 김태용(金泰瑢·29)과장. 하루 1만명씩 실직자가 생긴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기업이 아닌 외국회사를 직장으로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과장이 외국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대학 4학년때 외국인 회사에 입사한 한 선배의 조언이 결정적 계기였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가고싶다”는 김과장의 얘기를 들은 이 선배는 “근무환경이 좋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에 적당하다”며 외국회사 취업을 권유했다.
대학 3년동안 영어공부라곤 토플교재를 일독(一讀)한 것이 전부였던 김과장은 그때부터 “취직하려면 당장 영어를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영어 영화감상을 비롯해 학원수강 테이프청취 등 닥치는 대로 영어에 매달렸다. 속성으로 배운 탓인지 지금도 외국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김과장 스스로의 평가. 함께 일하는 파란눈의 동료들이 ‘상당한 실력’이라고 치켜세우면 “할리우드가 영어를 가르쳤다”고 너스레를 떤다.
김과장은 한국의 외환위기가 시작되던 지난해 9월 전공(제어계측)에 맞는 일을 찾아 지금 직장으로 옮겼다. 장기적으로 외국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전공과 일을 연결해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연봉협상 때 달러기준으로 계약을 한 덕택에 김과장의 급여(연봉 3만5천달러)는 우리돈 기준으로 두배가 됐다.
“자신의 강점을 샅샅이 꿰뚫고 있어야 면접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외국회사들은 자라날 재목보다 당장 활용할 인재를 찾거든요.”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