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N산부인과 부원장 남모씨(56)는 처음에 아기 매매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본보가 입수한 병원 장부 얘기를 꺼내자 눈물을 떨구며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
―언제부터 미혼모의 아이를 넘겨왔는가.
“90년부터 시작했다. 만삭의 미혼모가 아이를 떼어달라고 찾아오면 유도분만을 통해 아이를 낳게 한뒤 인큐베이터에서 한달여를 키워 원하는 사람에게 넘겼다.”
―얼마씩 받았는가.
“90년에는 50만원을 받았으며 2, 3년후부터는 아이 한명에 1백만원을 받았다. ”
―아이를 원하는 사람의 신원은 확인했는가.
“아이를 희망하는 사람 대부분이 가명을 사용하고 평생 비밀보장을 원하기 때문에 철저한 확인이 힘들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인지, 아이를 몇년간 못낳았는지 등 몇가지 사실은 물어봤다.”
―못된 사람들이 영아를 앵벌이 등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 봤는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모든 것이 돈에 눈이 어두웠던 내 잘못이다.”
―기록은 어떻게 조작했는가.
“만삭의 미혼모를 유도분만한 뒤 임신 2개월에 유산시킨 것으로 기록했다. 출생증명서에는 아이를 데려가는 여자가 직접 아이를 낳은 것으로 적었다.”
―지금 심경은….
“지난 33년간 미혼모의 아이를 무료로 받아주는 일을 해왔다. 시어머니가 한국의 여산부인과 의사 1호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왔다. 남편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른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
〈이훈·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