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양씨’, 양택조(56)가 떴다. 박원숙(교수역)을 두고 최불암(재천)과 연적사이다.
그는 지난달 생애 두번째의 CF를 찍었다. 요즘엔 20여개의 CF 출연제의가 쏟아져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SBS ‘이주일의 코미디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고정 출연중이고 오락프로의 빗발치는 출연 요청에 몸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름도 정해지지 않아 그냥 ‘양씨’배역으로 등장하던 양택조는 당초 50여회 드라마 중 재천이 서울에 정착하는 20회분 정도에서 퇴장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게 헌팅모자를 쓰고 턱을 앞으로 쭉 내민 채 우물거리는 독특한 대사와 감초연기로 드라마의 ‘붙박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천 앞 승봉도로 촬영가서 이장을 만났는데 말하는 폼이 재미있더라고요. 양씨의 말투는 그 사람이 모델입니다.”
양택조는 단순히 웃기기 때문에 인기가 올랐다고 생각지 않는다. 극중 친구 최불암을 따라다니며 아낌없이 베풀어온 ‘그림자 인생’에 대한 동정표라는 풀이다.
돌이켜보면 그의 연기인생도 극중 양씨 못지않은 그림자 인생이었다.
한양대 공대를 중퇴하고 66년 드라마 센터 연극센터(서울예전의 전신) 입학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를 하고 싶었지만 ‘얼굴이 받쳐주지 않아’ 퇴짜를 맞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몇년간 조감독 생활도 했지만 충무로 영화판은 배가 고팠고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어 라디오 성우가 됐다.
그러다 85년 MBC ‘3840유격대’의 인민군 장교역으로 연기를 시작, 19년만에 드디어 배우의 꿈을 이뤘다. 이때부터 ‘임진왜란’의 명나라 사신부터 영화 ‘투캅스’의 밉살스러운 수사과장까지 조금 ‘덜 나쁜’ 악역이 수없이 주어졌다.
타고난 핏줄의 힘일까. 조역이라도 즐겁다. 작고한 그의 아버지 양백명은 극단 토월회를 주도한 연출가겸 배우였고 어머니 문정복은 왕년의 여배우 문정숙의 친언니로 북한의 인민배우였다.
드라마 ‘수사반장’시절, 툭하면 잡범으로 쇠고랑을 찼던 그는 최불암이 등장하면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극중 연적인 최불암과는 지금 CF와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최불암 시리즈’에서 둘도 없는 찰떡 콤비로 나온다. 드라마속 사랑의 역전극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연기하는 게 좋지 제가 인기를 바랐습니까, 사랑의 승리를 바라겠습니까. 초등학교 아이들이 내 대사를 흉내내 ‘교수님 교수님’하는 것만 지켜봐도 즐겁습니다그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