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이 날도 “남들처럼 호텔에서 칠순잔치를 차려드리겠다”는 자식들의 정성을 뿌리치고 쌀 10가마니로 빚은 떡과 막걸리 1백여말을 준비해 탑골공원을 찾았다.
탑골공원에는 할머니가 세운 장학재단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1천여명의 노인들에게 떡과 막걸리를 나눠주며 한바탕 흥겨운 경로잔치를 벌였다.
“요즘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짊어지고 갈 재산도 아닌데 뭘, 여생동안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고 갈거야.”
황해도 신천군 약국집 7남매중 막내딸로 태어난 할머니는 월남후 한평생 힘겹게 모은 수십억원대의 재산중 일부로 92년 장학재단을 세워 매년 70∼80여명의 학생들을 도왔다. 또 수천만원어치의 서적을 중고교에 기증하는 등 남몰래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항아리 떡 쌀장수까지 안해본 장사가 없었다.
“4년전 병들어 사경을 헤맬때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언니 동생 들이 너무 그리웠어.”
8일은 어버이날. 슬하에 3남1녀를 둔 할머니는 살아계시면 올해 94세인 어머니 얘기를 하며 목이 메었다.
〈윤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