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회장의 ‘구두쇠 경영학’이란 가능한 비용을 모두 줄이고 매출액보다는 투입자본에 대한 수익률을 중요시하는 그야말로 상식에 입각한 경영방법. ‘구두쇠 경영학’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신회장식 인력구조조정.’
롯데는 이같은 신회장의 지론에 따라 IMF 훨씬 이전부터 구조조정을 실천해왔다.
사람을 자르기 보다는 대졸은 고졸로, 정규직은 임시직으로, 남자사원을 여자사원으로 대체해가면서 비용을 꾸준히 절감했다.
신회장은 특히 계열사에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연 1%포인트씩 낮추라”고 지시, 각사가 인건비를 줄이지 못하면 매출액을 올리라고 독려한다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회장은 기업의 성장을 매출 확대보다는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순이익에서 찾는다.
몇년전 결산보고 때의 일화. 당시 롯데제과 경영진은 70억원의 순익을 보고했다. 경쟁업체인 H제과의 순익이 20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회장의 칭찬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불호령이 떨어졌다.
신회장은 “경쟁업체의 차입금은 1천6백억원으로 15% 금리기준 이자비용만 해도 2백40억원인데 그것을 다 갚고도 20억원의 이익을 냈으면 우리보다 실질이익은 더 큰 것 아니냐”며 호통을 쳤다는 것.
과거 다른 그룹들이 사업다각화에 여념이 없을 때 무모한 사업확장을 하지 않고 유통 식품 전문그룹에 주력한 것도 롯데그룹이 경제위기를 피해갈 수 있게 된 이유중 하나.
동생인 신준호(辛俊浩)현 롯데햄우유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그룹이 되려면 중공업이나 자동차 같은 튼튼한 제조업체를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건의하자 신회장은 “무슨 소리냐. 우리의 전공분야를 가야지”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경영진들이 3천억원만 있으면 롯데도 금융업을 할 수 있다며 금융업 진출을 권유하자 신회장은 “매년 3천억원의 이자에 해당하는 3백억원이상을 남길 자신 있느냐”고 되물어 참모들이 할말을 잃었다.
그런 신회장이지만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사업부문에 대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계열사 28개중 외국자본 투자법인 11개사는 부채비율이 50%미만으로 모두 건실하지만 나머지 17개 계열사중 일부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 신회장의 생각.
일본에 있는 사재(私財) 1천만달러를 들여와 그룹 재무구조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회장의 ‘구두쇠 경영학’은 IMF시대 어려움에 처한 다른 대기업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