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사회에서 외면받는 나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자활지원 사업에 30여년간을 바쳐온 한국의 ‘다미안 신부’. 고통받는 나환자들을 ‘이 땅의 작은 예수’처럼 섬기며 동고동락한 살아있는 성자이기도 했다.
황해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노기남(盧基南)대주교의 권유로 신부의 길로 들어서 5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경기 의왕시 성라자로마을 초대원장으로 부임했다.
부임후 2년만에 폐결핵을 얻어 퇴임한 고인은 서울과 미국 등지에서 사목활동을 하다 70년 라자로마을의 제7대 원장으로 재부임했다. 부임 당시 건물 9개동에 불과하던 라자로마을은 ‘국제 거지’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억척스러운 이신부의 지원 호소에 힘입어 27개동에 이르는 생활터전을 마련, 현재 1백50명의 중환자와 87가구의 음성환자를 보살피고 있다.
지금까지 라자로마을의 ‘나병 연구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은 환자 등 고인의 손을 거쳐간 사람은 연인원 51만여명.장례미사는 13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정자동 주교좌성당. 장지는 경기 안성시 미리내 성직자 묘지. 0343―52―5655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