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금속은 현대중공업과 한라중공업에 굴착기 부품을 납품하던 ‘잘 나가던’ 유망중소기업체로 연매출액 80여억원, 종업원 1백여명의 탄탄한 회사였다.그러나 IMF 한파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지난해 11월말 한라그룹 부도로 6억2천만원을 손해봤죠. 돈을 융통해 간신히 막아냈지만 계속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 급감하는 매출액…. 결국 4월27일 만기가 돌아온 7천만원을 결제하지 못했습니다.”
문사장은 12억원에 이르는 부실채권을 막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았다. 승용차에 32평 아파트까지….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의 월급에도 차압이 들어왔다.
“한 친구가 고의부도를 내고 조금이라도 챙기라고 귀띔하더군요. 10년을 일궈온 공장과 직원들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죠. 혼자 살자고 어떻게 그런 짓을….”
부도가 나자 일부 채권자들이 고용한 폭력배가 문사장을 납치, 공장에 대한 위임장을 쓰라고 폭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문사장은 결코 굴하지 않았다. 이웃 업체들이 쓰러져간 경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공장 주위를 전전하며 채권자들을 만났다. 부도경위와 재생 가능성을 적은 ‘눈물어린’ 호소문도 보냈다.“직원들 도움이 컸죠. 회사물품을 지키려 스스로 밤샘경비를 섰고 몇몇은 회사를 위해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마침내 채권단도 감동하기 시작했다. 다들 한푼이 아쉬운 실정이지만 ‘공장 재가동만이 다함께 사는 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게 됐다.
〈경주〓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