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송中 이철재교장, 교장실개조 생활회화 강의실 「인기」

  • 입력 1998년 5월 15일 19시 47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인송중학교 이철재(李哲宰·58)교장은 매일 아침 5시반이면 어김없이 학교에 도착한다.

이교장은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본 뒤 교장실로 돌아와 모니터를 켜고 CD롬 영어교재를 준비한다. 큰 소리로 발음연습도 한다. ‘과외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오전 7시반. 이 학교 1∼3학년 학생 25명이 교장실로 들어선다. 이교장은 “굿 모닝”하며 학생들을 반갑게 맞는다.

정규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8시40분까지 70분간 진행되는 이교장의 ‘생활영어교실’에서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웃고 떠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말은 안된다. 영어를 사용해야만 한다.

영어교사출신인 이교장은 지난해 3월 이 학교에 부임하자마자 교장실을 개조, ‘과외교실’을 만들었다. 사재 1백70여만원을 들여 37인치짜리 모니터와 CD롬 생활영어교재도 준비했다. 틈틈이 문법 어휘 등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회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수강료는 없다. 이교장의 영어교실은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매년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이교장은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이교장은 96년 서해최북단 섬 백령도 백령종합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할때 영어교실을 처음 시작했다. 영어학원은 구경도 할 수 없는 섬 학생들을 위한 배려였다. 이 덕분인지 97년 대학입시에서 이 학교 학생 40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백령도 최대 경사’를 맞기도 했다.

이교장은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스승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교장 일도 만만하지는 않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영어교실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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