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진석 신임 서울대교구장

  • 입력 1998년 5월 31일 08시 43분


30일 새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진석(鄭鎭奭·67)대주교. 그가 몸담고 있는 청주교구에는 상기된 얼굴의 축하객과 축하전화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작 정대주교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잔잔한 미소가 흐를 뿐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본사 기자가 이날 오후 단독으로 만났다.

―임명소식을 들은 뒤 올린 첫 기도는….

“능력있는 많은 분들을 두고 하느님이 하필이면 나를 선택하신 뜻이 무엇일까, 그 뜻을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어떤 일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제위기로 국민 전체가 역경에 처해 있는 만큼 우선 국민의 마음을 격려해야겠다. 물질이 행복의 모든 조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실업 등으로 고난을 겪으며 너무 많은 국민이 삶을 비관하고 있는 것 같다. 교계가 펼칠 수 있는 실업자 구휼 등의 활동과는 별개로 물질의 부족 때문에 인생을 비관하는 사람이 없도록 국민적 차원의 정신운동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신자는 물론이고 착한 뜻을 갖고 사는 모든 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게 궁극적인 소망이다.”

―북한동포돕기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계획은….

“북한에 대해서 그간 여러가지 단편적인 소식을 접하며 서로 아주 상반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고 느껴왔다. 지금으로선 어떤 게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좀 더 확신이 설 수 있도록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주력해볼 생각이다.”

―서울대교구장이 영광의 자리이면서도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져야 할 책무가 많아 고뇌의 면류관이라는 말도 있는데….

“지난해 김수환(金壽煥)추기경께서 교황께 사의를 표명하셨을 때부터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청춘을 바쳐 28년간 몸담아왔던 청주교구를 떠나는 일이 너무 아쉽고 힘들다.”

〈청주〓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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