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보다는 탐험가라고 불리길 더 원하는 사람.
박철암씨. 경희대 중문과 명예교수. 본업은 분명 중문학이 틀림없는데 그는 엉뚱하게도 ‘티베트 희귀 고산식물 전문가’이기도 하다.
박씨는 지난 6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제2봉(7700m)을 등반, 해외등반의 물꼬를 텄다.
해외원정 탐험만 25차례. 그중에서도 티베트에만 10차례에 걸쳐 5만6천여㎞를 탐험했다.
박씨가 티베트에 처음 들어간 때는 90년. 지난 71년 히말라야 로체샬봉 등반때 티베트쪽으로 날아가는 학의 무리를 보고 한번 가보고 싶다고 결심한 지 무려 19년만의 일.
거기서 그는 그 황막한 땅에서 고귀하게 봉오리를 내밀고 있는 눈꽃 잉카르빌레야를 발견했다.
“수십도의 일교차를 견디기 위해 털을 감싸고 있는 티베트 고산꽃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야 겠다는 결심을 그 때 했지요.”
박씨가 그동안 수집한 티베트 꽃은 5백여종. 이중 2백여종을 골라 ‘세계의 지붕 티베트의 꽃과 풍물’이라는 화보집(삶과 꿈 발간)을 냈다.
그동안 영국,미국 등의 탐험가들이 네팔쪽 고산식물을 소개한 일은 있었지만 순수하게 티베트 꽃을 소개하기는 세계에서 처음 이라고 말한다.
박철암씨는 이 화보집을 곧 세계식물학회에 보고할 예정.
박씨의 정확한 나이는 얼마나 될까.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몇살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사코 손사래를 젓는다.
박철암씨. 그는 영원한 소년의 자격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