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70살이 가깝도록 혼자 살고 있다. 지난 51년 북한에서 피난 나오면서 남기고 온 한 처녀 때문이라 한다.
“아직도 내 곁에 앉아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의 이슬 머금은 눈빛을 잊을 수 없어요”
평화가 찾아오면 결혼하자고 약속한 그 연인은 51년 함경남도 혜산 인근 관흥초등학교에서 같이 교사로 근무했던 유증옥(兪曾玉)선생이었다.
손목 한번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가슴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유선생을 못잊어 홀로 살았다는 정씨는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유선생의 생사여부를 알고싶다.
그는 91년 ‘태백산맥의 하얀 나그네(삼성서적 출간)’라는 수필집 1,2권을 펴내기도 했다. 피난후 학원강사, 해삼장사, 공장에서의 날품팔이 등 생계를 위해서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그는 20년전 이곳 심포리로 들어와 조그마한 텃밭에 작약 도라지 땅두릅 만삼 등을 키우며 살아오고 있다. 찾아오는 들고양이들을 뿌리칠 수 없어 한마리 한마리 받아들이다보니 현재 10마리의 들고양이들과 같이 기거한다. 정씨는 한달에 두번정도 이 일대 5일장에 내려가 약초를 돼지비계 생선머리 등 고양이 먹이와 바꾸어 돌아간다.
〈삼척〓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