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은 방북 이후 공식행사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북한방문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방북단을 대표해 나섰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방송에도 출연했다. 또 2일엔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그동안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2세들이 언론과의 접촉을 기피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변화다. 정회장 본인도 83년 경영일선에 나선 이후 “아버지가 계신데…”라며 언론과 거의 만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회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포스트 정주영’에 대비한 ‘제계리더’ 부각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고령인 정명예회장이 계속 대중 앞에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대가 새로운 ‘그룹의 얼굴’을 내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수년간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나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의 활발한 대외활동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던 현대측이 적극적인 ‘총수 PR’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
일각에선 정회장의 급부상에 대해 향후 현대의 후계구도와도 연관짓고 있다. 작년부터 형님인 정몽구(鄭夢九)회장과 그룹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정회장 쪽으로 중심축이 옮겨지는 조짐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정회장은 “그룹의 대외적인 일을 맡고 있어서 일 뿐…”이라며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