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입양된 뒤 소식이 끊긴 여동생 정정순(鄭貞順·37)씨를 찾는다는 호소를 해온 정성렬(鄭成烈·45)씨.
우연히 기사를 읽은 정순씨가 연락을 해와 극적인 상봉에 성공한 두 남매는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못다한 혈육의 정이 북받쳐 마냥 눈물을 흘렸다.
65년 무렵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후 어려운 형편에 세남매를 혼자 키우던 아버지는 다섯살이 채 못된 막내딸 정순을 오빠들 몰래 옆동네 부잣집으로 입양시켰다.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집으로 입양간 정순씨의 삶 역시 기구했다. 자식이 없던 양부모들은 정순씨가 들어간 지 얼마 후 아이를 갖자 정순씨를 고아원으로 보냈다.
그 뒤 전국의 고아원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던 정순씨는 나이가 차서 고아원을 나온 후 대구의 방직공장에 들어갔다. 공원생활을 하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90년 울산에서 살림을 차렸지만 올해초 남편이 다니던 공장에서 실직을 당해 현재 생계마저 여의치 않다.
성렬씨는 여동생의 어려웠던 지난 날을 눈시울을 붉히며 들은 뒤 가만히 동생의 손을 잡았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