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이던 73년 창업주이자 맏형인 최종건(崔鍾建)회장이 폐암으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이어받은 그는 석유파동으로 인한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기업을 반석위에 올려놓아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최회장은 80년 당시 SK그룹보다 ‘덩치’가 더 컸던 공기업 유공(현 SK㈜)을 인수하는 데 성공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회장은 유공인수로 석유에서 섬유에 이르는 화학산업의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하면서 SK가 그후 대도약을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사들여 이동통신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섬으로써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그룹의 양대축을 완성했다.
93년 ‘재계의 총리’라 불리는 전경련회장에 취임한 후 3기 연속 전경련회장으로 일하면서 중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삼성 현대 LG 등 2세대 총수들과 무리없이 의견을 조율해 합리적으로 재계를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았다.
최회장의 기업경영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92년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당시 노태우(盧泰愚)대통령과 사돈관계라는 이유로 특혜의혹이 제기돼 애써 따낸 사업권을 눈물을 머금고 반납해야 했다.
95년 전경련회장에 재추대된 직후 “정부는 (재벌이) 문어발을 하든 소유집중을 하든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해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맺어 SK그룹이 전면 세무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10여년전부터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과시해왔던 그는 97년 봄 뜻밖에도 서울대병원에서 폐암선고를 받고 그해 여름 미국 뉴욕에서 폐암수술을 받았다.
그 와중에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부인 박계희(朴桂姬)씨가 미국 병원에서 간병중 과로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