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종현회장 영전에]김상하/「경제부국」뜻 이어가렵니다

  • 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22분


최종현(崔鍾賢)회장님, 지난해 가을 전경련 회장일을 다시 의욕적으로 해나가시는 것을 보고 최회장님 앞에서는 아무리 몹쓸 병마라도 무릎을 꿇는구나 하고 내심 안도했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요. 큰병 뒤끝이라 보통사람 같았으면 만사 제쳐두고 몸조리에 신경을 썼을텐데 무리를 하신 탓이 아닌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회장님의 지론대로 우리 경제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극복하지 못한 탓에 오늘날 IMF관리체제라는 막다른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금리와 고임금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우리경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평소의 주장이 불행하게도 지금 현실로 입증되고 말았습니다.

최회장님은 우리경제의 현실을 꿰뚫고 문제점을 족집게처럼 짚어내는 전문 이코노미스트 못지않은 통찰력과 혜안을 갖고 계셨습니다.

특히 아쉬운 것은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의 일을 최회장님께서 앞장서서 끌어오셨는데 결실을 못보고 떠나신 점입니다.

최회장님은 전경련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금융 세제 토지문제는 물론 노사문제에 이르기까지 제반 경제현안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을 분명한 목소리로 개진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행정규제를 개선토록 촉구한 일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사업을 적극화하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회장님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그 투박하지만 소신에 찬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평생을 두고 이루어온 일들은 뒤에 남은 사람들이 계승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오니 이제 이승에서의 무거운 짐들일랑 다 내려놓으시고 영면하소서.

김상하(대한상공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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